나란 인간은 얼마나 긴장감이 없는지.
드라마를 보다가 늦게 나왔다. 게다가 엎친데 덮친 격으로
1. 버스가 늦게 왔고
2. 시계를 고쳐야 했으며
3. 고속도로가 꽉 막혔다.
버스나 지하철 따위에서 내는 조바심은 소용없다는 걸 알지만 평온하게 앉아 있기도 참 힘들다.
다행히 늦지 않게 공항에 도착했다. 이런 시작이라니, 나답다.
횡단보도에 섰더니 담배를 태우던 택시기사 아저씨가 말을 건넨다.
아가씨는 캐리어도 없이 앞에 배낭 하나, 뒤에 배낭 하나. 넘어져도 안 다치겠네. 어디로 가나?
인도요. 하는 대답에 혼자? 물어오셨고 겁도 없다며 껄껄 웃음이 뒤따랐다.
그럴까? 나는 다치지 않을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럴 것 같지 않았다. 수없이 넘어지고 깨지고 울게 될 것이 눈에 선했다.
다만, 그러고 나면 또 조금은 나은 내가 되지 않을까.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에 한 발짝은 더 가까워질 수 있지 않을까.
김해 공항은 작다. 좁은 공항이 와글와글, 바글바글.
가방을 휘휘 돌리며 달뜬 걸음으로 앞을 스치는 사람이 많았다.
저들의 여행은 어떤 모습일까?
나의 여행은 어떤 모습일까?
방콕에 대해 아는 거라곤 숙소 이름 하나가 전부.
모든 것이 불명확했다. 슬금슬금 고개를 치미는 불안감에 휩싸여 느낀 감정은 기쁨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