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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by 잉지


기록에 대한 욕구에 대해 생각해보고 있다.


사진, 글, 그림.



기록의 욕구는 표현의 욕구와 직결된다.


기록하려는 의지는 무엇으로부터 오는가,


나를 거쳐 흘러갔지만 붙잡을 수 없는 시간을 소유하고자 하는-

기억에 대한 욕구는 아닐까.






정답,


이라 할만한 것이 없는 의문들에 대해서는 일정한 주기를 갖고 다양한 의견들을 번갈아 수용하는 경향이 있다.

이해에 있어서도 그렇다.


이해는 결코 닿을 수 없는 이상이라 치부하며 극단적 부정으로 닫기도 하고

때로는 한없이 동경하고 신뢰하며 기대기도 한다.


이번 여행의 시작에 즈음해서는정이 긍정으로 바뀌었다.












저녁엔 Adhere the 13th Blues Bar에 갔다. 구멍 난 짙은 하늘색의 테이블 보가 씌어진 테이블이 듬성듬성 놓인 블루스 바는 근사했다. 방랑푸 밴드는 베이스와 기타, 드럼, (객원) 바이올린으로 이루어진 밴드였는데 머리부터 발끝까지 Born to blues인 이 밴드는 실로 굉장했다. 작은 공간이 미어터지도록 몰려든 사람들을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과연 음악은 음미하는 것이다. 듣는 것은 귀인데 마치 혓바닥 위에 달콤한 초콜릿 조각이 놓여 있는 것 같았다. 분위기에 흠뻑 빠져 황홀함에 미간을 찌푸렸다. 기타리스트의 가늘고 기다랗고 현란한 손에 넋을 빼앗겼다. 베이시스트는 스스로의 음악에 만취한지 오래였다. 충만한 만족감으로 흘러넘치는 그 얼굴에서 눈을 떼기가 힘들었다. 부러웠다. 스스로의 연주에 그 정도로 몰입하고 만족할 수 있다는 것이. 그 자신감과 재능과 실력에 가슴이 벅다.


대단한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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