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의식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익숙한 단어인데도 그 의미가 명확히 와 닿지 않는다.
강한 자의식의 극단적 예로 ‘싸이코 패스'를 든다.
타인을 더 생각하거나 동급에 두는 것이 상대적으로 자의식이 약한 사람.
나는 자의식이 강한것 같기도 하고, 약한것 같기도 하다.
왜 하나로 나를 정의할 수 없을까?
어째서 내 안에는 이렇게도 내가 많을까?
매일 비가 온다. 나쁘지 않다.
오늘의 전조(혹은 전주)는 천둥이었다.
비가 오려나,
하늘을 올려다보는 참에 비가 쏟아졌다.
J는 지난밤 잠을 설쳤다며 하루 온종일 잠을 잤다. 지루해 깨우러 갔다가 팔 위에 손을 얹은 채 잠드는 바람에 그대로 한 시간쯤 붙박여 있었다. 시시각각 어둠이 드리우는 도미토리를 바라보았다. 가만가만 오르내리는 숨소리가 느껴졌다.
불 꺼진 한 낮의 도미토리는 먹구름을 뚫은 햇살, 딱 그만큼의 밝기로 낮게 멍울져 있었다. 이따금 어떤 신호처럼 번개가 번쩍였고, 엷은 초록의 커튼이 새는 바람에 나부꼈다. 핸드폰에서는 재즈가 흘렀다.
재즈와 색소폰만큼 비와 잘 어울리는 음악이 있을까.
쏟아지는 빗소리가 원래 한 곡인양 녹아들었다. 한 풀 꺾인 태양은 강성하지 못했고 바람은 의례 없이 서늘했다.
완벽하게 모든 것이 어우러졌다. 눈을 감으면 빛과 공기와 소리, 온도, 습도까지도 음악이었다.
나도 그 속에 허물어졌다. 모든 것이 그저 하나-로써 존재했다.
비 오는 날의 태국,
이보다 더 감미로울 순 없지.
얼굴이 좋아졌다고 한다.
확연히 편안해진 마음이 얼굴에도 나타나나 보다.
역시 자주 여행해야겠다고 웃으며 답하고서 지난 시간을 되짚어 보았다.
즐거운 시간이었다.
좋은 사람을 만나 많은 얘기를 나누고 다양한 생각들을 헤매고 다녔지.
여행만큼이나 사람을 통해서 참 많이 배운다.
나에게 여행이란 시간(사람과 사랑과 배움과 추억을 포함하는)을 사는 행위이다.
무엇보다 값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