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이의 시대가 저물다
똑똑한 사람은 실행에 옮기기도 전에 계산, 예측부터 한다. 머릿속에 모든 청사진이 그려지고, 모든 현실은 자신이 구상한 시나리오대로 구현되리라 철썩같이 믿는다. 앞으로 남은 건 잘 될 일만 남았다. 잘 되지 않는다는 시나리오는 그의 머릿속에 존재하지 않는다.
멍청한 사람은 누가 뭐래도 일단 시작하고 본다. 비록 아무것도 모르지만, 부딪치면서 배워가면 어떻게든 해낼 수 있으리라 믿는다. 지금껏 일사천리로 해결된 적은 거의 없었기에, 이번 일도 처음부터 모든 게 다 잘 풀리리라는 예상 따위는 하지 않는다. 무슨 일이 일어나도 크게 놀라지 않으며, 어떻게 눈앞에 놓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만 생각한다.
어느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시대다. 예측할 수 있다고 믿는 자와, 예측 할 수 없다고 믿는 자 중 누가 이길 것인가. 똑똑한 자는 예측 가능한 것만 손댈 것이며, 혹여 예측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다고 착각했다가 낭패를 볼 것이다. 멍청한 자는 모든 예측 불가능한 것들에 도전할 것이며, 시시각각 변하는 오르내림 그 자체를 즐길 것이다. 멍청한 자들이 세상을 항해할 때, 똑똑한 자들은 내 주변만 어슬렁거릴 것이다.
멍청한 자는 자신이 멍청하다는 사실을 당당히 여기며, 그 누구 앞에서도 고개를 당당히 들 것이다. 똑똑한 자는 자신보다 똑똑한 자에게는 고개를 숙이며, 멍청한 자에게는 고개를 빳빳이 세울 것이다. 늘 고개를 들고 다니는 자는 세상을 정면으로 바라볼 것이며, 모든 눈에 들어오는 것들을 선물로 담을 것이다. 고개를 들었다 숙였다 하는 자는 일부 본 것만 가지고 전체 세상을 아는 듯 떠들 것이다.
실로 멍청한 자는 똑똑한 자보다 더 많이 보고 들으니, 고로 멍청한 자가 더 똑똑한 것이 자명하다. 진짜 똑똑한 자는 자신이 멍청하다는 사실을 그 누구보다 잘 아는 자이다. 내가 똑똑하다고 믿는 자는 고로 내가 멍청하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다. 나는 똑똑한가, 멍청한가. 그것은 유전의 문제가 아니라, 곧 마음가짐의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