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을 먹었으니
영화관에 간다
낯선 이성과의 뻘쭘함을 없애기 위해
영화관에 간다
주말에 할 게 없어서
영화관에 간다
춥고 비오는 날씨에도 흔들림 없는
영화관에 간다
친구가 재밌다고 해서
영화관에 간다
집보다 큰 스크린, 사운드로 볼 수 있어서
영화관에 간다
내가 좋아하는 배우가 나와서
영화관에 간다
고민거리에 대한 답을 찾고자
영화관에 간다
아무 방해도 받고 싶지 않아서
영화관에 간다
사람들은
영화를 보기 위해 영화관에 가지 않는다
그저
각자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영화를 택했을 뿐
영화는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다
관람객 모두
동일한 장소, 시간에 존재하나
제각각
다른 목적을 갖고 우연히 모인 그들
같은 영화를 보아도
느끼는 건 전혀 다를 수밖에
같은 영화를 보아도
기억하는 건 전혀 다를 수밖에
영화의 평점이
무의미한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