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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번트 Mar 21. 2018

'합격'하려는 인생의 비극

시험이 만든 인재의 평준화



언제부턴가

내가 보고 싶지도 않은

시험이 내 인생 깊숙이 들어왔다


시험은

잘하고 못하는 것을 알려주는 수단이 아니라

모든 것을 잘해야 한다는 강박을 심어줬다


소설책을 좋아해

따로 국어공부를 하지 않아도 만점을 받았고


운동을 좋아해

따로 준비를 하지 않아도 만점을 받았다


수학은 뭔가 모르게 싫었고

그냥 대충대충 했다


그런데 수학을 못하니까

수학을 잘해야 한다며

수학학원엘 갔다

그것도 모자라

수학과외도 받았다


하기 싫은 걸 억지로 하려니

학원, 과외시간은 지옥만 같았다

억지로 시간을 보내니

점수도 더디게 겨우겨우 올랐고

무엇보다 내가 좋아하는 걸

할 수 있는 시간이 사라지다보니

원래 잘하던 국어, 운동마저

그저 그렇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지극히

평범한

학생이 되었다


특별히 잘하는 것도 없는

특별히 못하는 것도 없는

그냥 점수 고루 받아서

좋은 대학 가는 게 목표가 된.


그게 나의 인생이었던가

그게 나였던가


그래놓고 이제와서

좋아하는 걸 하라니


그래놓고 이제와서

좋아하는 걸 찾으라니


그래놓고 이제와서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라니




시험은 그렇게

모든 인간을 평준화했다


시험은

학교가 만들어냈고


학교는

국가가 만들어냈다


그럼

물어본다


국가는

왜 시험을 만든 걸까?




국가는

평준화된 인간을 원했다


정해진, 반복된 일을

군소리없이 수행할 수 있는


특별히 잘하는 게 없어서

하고 싶은 것보다

시키는 것만 잘하는

그런 평준화된 인간을 원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말을 들어보자

“한마디로 청년들이 더 이상 

중소·중견 기업 취업을 회피하거나 

망설이지 않도록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대책을 강구해 나가겠다.”


아직도 정부는, 국가는

청년들의 취업난이

돈의 문제, 회사의 규모, 복지 문제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청년들이 행복하지 않다는 것이다


대기업을 가도

중소기업을 가도

청년들이 행복하지 않다는 것이다


기계나 공장의 부품이 되어

인생을 허비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더이상 평준화된 로봇처럼

시키는 것만 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진짜 일자리 창출은

평준화된 학생들, 젊은이들을

다시 비평준화로 만드는 데서

시작될 것이다




모든 인간을

동일한 잣대로

서열화하는 시험은

사라져야 하며


인재를, 사람을

부품취급하여

어떤 자리에라도

끼어넣으려는

무리들의 시도도

자제되어야 하며


무엇보다

합격에 취해

진짜 내 인생이 아닌

합격 인생에 취하고자 하는

젊은이, 학생들의 생각이

깨어나야 한다


더이상

어린 시절의 자연스러움을

그리워하지 말고


청년, 청춘, 어른도

자연스러울 수 있다고 믿고

지금의 인생을 살아야 한다




합격은,

누가 시켜주는 것이 아니라

내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내가 합격이면

합격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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