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번트 Apr 05. 2018

상대방을 함부로 평가하면 안 되는 이유




상대방이 어떤 말을 할 때, 나는 나의 잣대로 상대방의 말과 행위를 평가한다. '그러면 안 돼', '그건 너가 잘못한 거야', '이렇게 저렇게 해'. 그러나 상대방은 바보가 아니다. 그렇게 해야 된다는 걸 몰라서 그렇게 안 하는 게 아니라, 그걸 할 수가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야기를 들어주는 나는 답답할 수밖에 없다. 내가 보기에는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될 이유가 수십가지가 넘고,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 있는 방법이 수백수천가지다. 일일이 다 설득하고 따르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러기에 상대는 지나치게 답답하다. 결국 이야기 1시간 듣고, 내가 충고 1시간 정도 하면 커피 타임은 끝난다. 그래도 지인을 위해 도움이 될 만한 충고를 해 줬다는 생각에, 나는 나 나름대로의 뿌듯함을 느끼며 집에 돌아간다. 그러나 과연 그것이 옳은 것이었는가?


지인이든 친구든 상대방은 나에게 많은 정보를 오픈하지 않는다. 아무리 친한 친구라 하더라도, 직접적으로 만나거나 연락하는 시간 이외에 상대방이 어떻게 사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상대방은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게 속 시원하게 털어놓는다고 하나, 사실 그 속시원함도 상대방의 생각 필터에서 걸러질 대로 걸러진 다음에 나오는 것이다. 부끄럽거나 드러내기 싫은 것들은 감춘다. 자신에게 유리한, 공개해도 무리가 없을 것만 같은 정보를 공개한다. 빙산의 일각에 해당하는 아주 작은 정보만을 가지고, 나는 상대방의 고충에 그럴 듯한 답을 제시해야 한다. 도저히 불가능한 얘기다.


한 사람의 인생에 대한 답은 스스로 찾는 것이다. 아무리 친한 친구, 심지어는 가족이라 할지라도 내가 아닌 타인이 답을 대신 줄 수 없다. 내 인생의 모든 환경과 고려 요소는 오롯이 나만 안다. 상대의 말과 충고는 참고일 뿐, 그것이 정답이 될 수 없는 이유다. 그래서 상대방은 상대에게 충고와 조언보다 듣기를 먼저해야 하며, 조언을 구하는 자는 상대에게서 답을 구하려 들지 말고 무엇이든 참고를 목적으로 삼는다.


관계를 뜻하는 영단어 'Relationship'에는 Relay, 릴레이의 뜻이 담겨 있다. 바통을 이어받을 때도 있고, 바통을 건네줄 때도 있는 것이 릴레이의 본질이다. 관계도 다르지 않다. 관계는 절대 일방통행이 될 수 없음을.




작가의 이전글 할일을 미루는 나, 정말 게으른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