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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번트 Apr 09. 2018

참아도 내가 참는다

누가 나에게 인내를 강요하는가



참는 것도 나의 권한이다. 참고 기다려야 하는 순간과 때가 온다면, 그것을 알아차리는 것도 나여야 하며 실제로 행하는 것도 나여야 한다. 참고 기다림의 결정을 타인과 외부에서 강요하는 순간, 그 인내와 기다림의 시간은 감옥에서의 시간보다 견디기 힘들고 괴로워진다.


인간이 참는 이유는 단 한 가지다. 더 나은 미래가 있다는 확신과 믿음이 있을 때. 즉 이루고 달성해야만 하는 분명한 목표가 있을 때 인간은 잘 참을 수 있다. 그러나 더 나은 미래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혹시라도 '억지로' 참아야 하는 순간이 온다면 그것은 참는 것이 아니라 버티는 것이다. 


가까스로 버티고 나면 시간은 어떻게든 흘러 있다. '잘 참았어!'라고 자위할 것이다. 그러나 억지 인내의 최후는 내가 미처 모르던 곳에서 오랜 고름처럼 '팍!'하고 터진다. 몸의 건강에 문제가 생기기도 하고, 우울증을 포함한 정신적 불안 증세를 갖기도 하며, 무기력증에 빠져 무엇을 위해 사는지도 모른채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가장 무서운 건 '자아상실증', 즉 나는 누구인가라는 반복 물음에 어떠한 답도 하지 못하는 허무주의와 무지에 빠지고 만다.


인간의 삶은 분명 참아야 할 '때'가 있다. 다 좋은 것만 하고 살 수는 없다. 그러나 참아야 하는 대상도 내가 정할 수 있다. 아니, 정해야 한다. 사업으로 성공을 이루고자 하는 사람은 실수와 실패를 참아내야 하고, 대한민국 땅이 싫어 이민을 간 사람은 새로운 나라의 문화와 삶의 이질감을 참아내야 하고, 수영으로 바다를 횡단하고자 하는 사람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바닷속 어둠의 공포를 참아내야 하며, 산 정상을 찍고자 하는 사람은 죽을 것 같은 목마름과 근육의 고통을 이겨내야 한다. 


내가 참고, 내가 견딘다. 그것이 나에게 충분한 가치가 있을 때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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