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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번트 Apr 23. 2018

1등이 아닌 2등이 승리하는 이유



임신 관련 성교육을 배울 때, 우리는 흔히 가장 우월한 난자와 정자가 생존해 결합을 이루는 수정이라고 배웠다. 여기서 '우월'이라 함은 생존력이 가장 강한 것을 뜻했고, 일반적으로 우리는 '1위'가 가장 강한 힘을 갖고 수정에 성공할 것이라 간주해 왔다. 그러나 실제 생물학적 결합 과정에서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생존력이 가장 가장 우월한 존재는 1위가 아니라 '2위'였던 것이다.


군대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딱 중간만 해라~" 예비역들이 이제 막 군 입대를 앞둔 학교 후배에게 늘상 하는 말이었다. 말인즉슨, 군생활을 잘하겠다고 여기저기 나섰다간 군생활이 힘들어질 거라는 교훈이었다. 실제로 그랬다. 군대는 먼저 나서서 무언가를 하면, 나중에 설사 다른 가용 인원이 있다 하더라도 그 사람만 호출하거나 착출한다. 처음에는 호기로 나서서 했던 그 사람은, 에너지가 초기에 다 소진되어 부상을 당하거나 진짜 할 수 있는 더 다양한 업무에 배치되지 않는다.


무한경쟁의 대표적 장인 스타트업 생태계도 크게 다르지 않다. 중소기업이 열심히 신기술 혁신, 아이디어 개발을 해 놓으면, 해당 기술이나 컨셉을 활용해 수익화에 성공하는 곳은 대기업 혹은 2등 모방기업이 다수다. 1등 진출 기업이 온갖 시행착오를 거치며 풍파를 겪어낼 때, 2등 기업은 1등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며 기회를 노린다. 1등의 에너지가 완전히 소모될 즈음, 2등 그룹은 비축해 둔 에너지를 모아 총력전을 펼친다. 스타트업은 말 그대로 '스타트'만 끊는 그룹인 셈이다.


인간은 어릴 때부터 '1등이 최고다'라는 일종의 고정관념을 주입받으며 살아왔다. 금메달로 세계 1위를 가리는 올림픽, 전교 석차로 학생들의 성적 순위를 가리는 각종 시험, 승진 사원을 가리기 위한 기업의 인사고과 등 우리는 늘 1등이 되어야 한다고 학습해 왔다. 그리고 1등이 되기 위해서는 항상 '뒤쳐지면 안 된다'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자연 생태계, 인간사회의 실상은 그와 달랐다. 


때론 뒤쳐져도 괜찮다. 조금 늦어도 괜찮다. 무조건 앞에 서지 않아도 괜찮다. 항상 1등하는 것이 무조건 1등인 것은 아니다. 항상 2등이라고 늘 2등인 것은 아니다. 매일 앞자리에서 혼자 온갖 풍파를 맞으며, 삶의 무게를 혼자 지려 하지 마라. 때로는 함께, 때로는 누군가의 등 뒤에서 보호를 받으며 가도 괜찮다. 앞서가는 무모함보다, 주위를 살피며 가는 현명함이 필요하다는 것을 사회는 가르쳐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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