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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번트 Nov 13. 2023

대기업 6년차가 느낀 6가지 깨달음

대기업만 6년째 다니면서 느끼는 바를 적어본다.

늘 말하지만 모두가 그렇다는 게 아니다. 내가 보고 느낀 것대로 쓸 뿐.



하나

회사 칭찬하는 놈 없고, 온통 회사 욕 뿐이다

회사가 준 것을 칭찬할 때는 복지를 누릴 때, 성과급을 줄 때 말고는 없다. 아, 물론 승진했다고 해서 회사를 칭찬하는 경우는 없다. 소수의 승진에 승진 못한 다수는 욕을 하고, 정작 승진한 당사자는 티 안내고 좋아하느라 남들한테 회사 칭찬할 수도 없다. 점심을 먹던, 카페로 가 수다를 떨던, 저녁 회식이건 회사 욕하고, 상사 욕하기 바쁘다


일하는 놈 따로 있고, 노는 놈 따로 있다

일 잘하면 잘하는 사람한테 일이 몰린다. 타 부서의 일까지 끌어와서 일처리를 해 줄 정도다. 노는 놈은 일 못한다고 소문이 나, 주변 사람들도 같이 일하기를 꺼려 한다. 어쩔 수 없이 일을 같이 하더라도, 절대 나와 엮이지 않도록 조심 또 조심한다. 일하는 놈은 일이 잘못되면 무슨 큰일이라도 난 듯 걱정이다. 노는 놈은 일이 잘 되든 잘못 되든 크게 관심이 없다. 어차피 회사는 월급 받고 떠나면 그만인 곳이니까. 그런데 정작 승진 시기가 다가오자 다른 부서 사람들하고 맨날 술 마시고 커피 마시던 그 '노는 놈'이 승진한다. 어라?


회사 다니는 목표가 제각각이다

회사에 돈 벌러 다니는 사람 있고, 꿈 이루려 들어온 사람이 있고, 임원이 되려고 온 사람이 있고, 재미로 들어온 사람이 있다. 다, 제각각이다. 다 다른 목적으로 들어왔는데, 회사 KPI에서는 정작 한 부서, 한 팀에 하나의 목표를 던져준다. 100%의 성과를 내야 하는 일에, 누군가는 1%의 노력을, 다른 누군가는 99%의 노력을 더한다. 결국 회사는 100%를 달성했으니 모든 직원에게 월급과 성과를 지급한다. 지나고 보니, 회사는 누가 1%였고, 누가 99% 였는지 크게 관심이 없다. 그냥 100%를 달성했으니, 그거면 됐다. 옜다! 성과급.


돌아보니 어느새 10년이다

물론 나는 10년 동안 직장을 다니지 않았다. 그러나 주변 사람들, 과장, 차장 직급의 중견 근로자들이 하는 이야기는 한결 같다. "눈 깜짝할 새에 지나갔다", "뭐했다고 10년이야" 뭐 한 것도 없이 10년이 금세 지났다고들 한다. 10년이면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합친 시간이고, 대학을 졸업하고 결혼을 하고도 남을 시간이다. 군대 5번을 갔다오고도 남을 시간인데, 왜 회사에서는 그렇게 그 시간이 빨리 지난 것일까. 뭐했다고 과장이고, 뭐했다고 차장이야. 근데 막상 또 일해보니, 정말 뭐 한 것도 없는데 견장만 과장, 차장단 사람들도 많더라.


다섯

웃는 사람이 잘 없다, 아니 거의 없다

사회 웃음 짓는 사람은 많이 봤다. 커피 마시면서, 회의 하면서 요상한(?) 사회 웃음 지으면서 얼굴은 분명 무표정인데 입꼬리만 올라간 사람들이 있다. 그런 가식 웃음을 보면, 나도 모르게 웃프다. 다른 누군가에게 나도 그렇게 보일까봐. 그렇게 어설프게 웃다가, 어느 순간 그 옹졸한 웃음마저 나오지 않을 때가 있다. 사회생활을 더 이상 하기 싫을 때, 모든 것을 다 놓아버리고 싶을 때. 그 순간이 몇번 오다가도, 또 어느새 오른 손에는 마우스, 왼손에는 커피 하나를 쥐고 열심히 컴퓨터를 바라보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그러다 어느새 10년.


여섯

사원보다 임원이 열심히 한다

임원은 공식적으로 계약직이다. 은행 신용대출도 잘 안 나오는 직군이라는 말은, 사실상 내일 잘려도 이상하지 않은 지위라는 거다. 임원 정도 올라가면 좀 여유롭게 한숨 돌리고, 밑에 직원들 일 시키면서 외부 사람들 만나면서 편하게 지낼거라는 착각들을 한다. 정말 착각이다. 임원이 가장 열심히 일한다. 가장 빨리 와서 가장 늦게 간다. 일찍 나간다 싶으면 집 가는 게 아니라, 외부 손님 만나러 간다. 그들에게 '나'는 없다. 오로지 회사와 회사의 오너만이 그들의 주인이다.




6년차라 뭐 깊은 깨달음은 없지만, 그래도 6년차이기에 보이고 들리는 것들을 써 봅니다. 6개월인 사람에게, 또 한 때는 6년차를 살았던 사람들에게 향수를 일으키는 글이었기를. 뭐 이런 회사가 아닌 더 좋은 회사에 다니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본인들의 회사가 이 글을 통해 자부심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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