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은 경험으로 말하고, 대리는 데이터로 말한다
요즘의 팀장이라 함은 젊으면 30대 후반, 많으면 50대까지도 아우를 정도로 산업과 영역에 따라 매우 다양한 연령대를 갖고 있다. 그러나 흔히 팀장이라고 하면 40~50대 정도이니 이들 세대가 한창 자라고 있을 학창 시절은 우리나라 IMF가 왔던 시기이고, 또 인터넷 시대의 성장이라고 하면 유니텔, 486펜티엄 시대로 칭할 만큼 그렇게 IT, 디지털 선진문물에 친숙한 시기도 아니었다. 고로, 팀장은 인터넷, 모바일 세상을 살아가는 지금에 익숙하지 않고, 더더군다나 무한한 데이터의 바다인 이곳에서 어떻게 무엇을 활용할 줄 모른다.
MZ세대의 강력한 무기, 인터넷
MZ세대라고 하면 20~30대를 칭하고, M이 앞자리가 1에서 2로 바뀌는 밀레니얼 시대를 칭하고, Z세대란 00년 이후에 태어난, 즉 2000년 이후에 태어난 이들을 칭하므로, 이 안에서도 매우 다양한 부류의 '젊은이'들이 뒤섞여 있다고 하겠다. 그러나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인터넷'과 함께 자라고 성장한 친구들이라는 점이다. M세대(밀레니얼)는 소위 PC방 시대, 500원 내고 1시간씩 매일 게임, 버디버디를 하며 살아온 세대다. Z세대는 안정화된 PC 세상과 더불어 새로운 장난감, 곧 스마트폰이 도래한 시대를 경험하고 즐겨온 친구들이다. 이들은 마음만 먹으면 원하는 자료를 1분, 아니 1초만에도 찾을 수 있는 강력한 무기를 갖고 있다. 재미 있는 자료는 친구들과 돌려 보고, 찾는 자료가 없으면 심지어 본인들이 유튜브를 찍거나 앱을 만들어 새로운 컨텐츠를 제작하기도 한다.
결국은 데이터의 시대
팀장이든, MZ세대든 결국은 누가 더 많은 데이터를 갖고 있느냐의 싸움이다. 오늘의 국내, 글로벌 비즈니스의 첨예한 싸움과 그 전쟁의 승리자가 곧 '데이터를 많이 보유한 자'라고 보기에, 거대한 온/오프라인 플랫폼으로 막대한 데이터를 긁어 모으는 각각의 승자들이 미래를 선도하는 회사, 기업이라고 칭송받기도 한다. 자동차의 테슬라, 인터넷의 구글, E-커머스의 아마존, 우리나라 배달업계를 장악한 '배달의 민족', 화장품 이용 데이터를 모은 '화해' 앱, 음식 이용후기를 모은 미국의 Yelp, 한국의 캐치테이블과 같은 것들이 대표적인 사례다.
회사라고 다를까?
회사 내에서도 결국 사원, 대리는 팀장과 늘 싸운다. 무엇이 맞냐 틀리냐를 놓고, 팀장은 "내가 해봐서 알아" 라고 밀어부치고, 사원/대리는 인터넷, 데이터에서 모은 자료를 갖고 가서 "데이터가 그렇지 않습니다" 라고 반박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결국 승자는 팀장이 되기 마련인데, 이는 대기업이 가진 직급 체계 속의 근본적 한계로 대한민국 군대에서 학습한 '까라면 까' 의 사고방식이 대기업에도 동일하게 적용된 것이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해 본다. 그렇다 하더라도, 사원/대리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팀장이 잘못 가더라도, 비록 억지 주장으로 자신의 논리를 정당화 하더라도, 그들은 이 시대의 데이터, 그리고 변화하고 있는 외부 사회상을 지속적으로 전달하며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다. 결국 기업 안에서는 직원들끼리 싸우지만, 궁극적 전쟁의 상대방, 적은 또다른 대기업이고, 글로벌로 나아가면 또다른 거대한 기업들, 국가와의 경쟁, 생존이기 때문이다.
싸워라, 단 데이터로. 대한민국의 수많은 사원, 대리들이여, 오늘도 또 팀장한테 까이고, 또 무시당하겠지만, 적어도 팀장처럼 "제가 맞아요" 식의 무작정 주장이 아니라, 믿을 만한 데이터의 수집, 안되면 가공이라도 해서 정당하게 주장하라.
팀장님, 이거 보세요. 세상이 바뀌고 있다니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