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siode 7
걷는 걸 좋아하던 와이프가, 걷길 힘들어한다
와이프는 걷는 걸 참 좋아한다. 삼성 모니모 앱을 다운 받아, 걸음수만큼 돈을 주는 것도 이용하기도 한다. 산책을 가자고 하면 웬만한 여자같으면 움직이기 싫어서 반대할 수도 있는데, 남산이든 한강이든 가자고 하면 냉큼 옷을 갈아입고 집문을 나선다. 그런 와이프가, 집을 나서긴 나섰는데 영 따라오질 못한다. 발걸음을 늦춰서 간다고 하는데도, 와이프의 발걸음이 오늘따라 무겁다.
"조금만 천천히 가면 안 돼?" 말하는 와이프에게, "응, 미안"이라고 말하면서도 속으로는 '많이 늦게 가는데 너무 못 따라오는데...' 라며 속으로만 투덜대면서 속도를 늦춘다. 배가 많이 나온 것도 있지만, 유난히 덥던 초여름, 여름날이었기에 그 속을 태아를 안고 걸어야하는 산모로서는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을 터. 조금씩, 출산이 현실로 다가왔다. 아, 이제 집앞 마트 나가는 것도 힘들어하는 와이프라니, 정말 애기가 나오는건가? 갑자기 낯섦과 두려움이 머릿 속을 아련히 스친다.
짐을 싸는 와이프
와이프가 출산 준비물을 챙기기 시작한다. 그전에는 애기용품을 위주로 쇼핑과 서칭을 했다면, 어느날부턴가 출산일 이후 일어나는 일에 대한 사전 공부를 하는 날이 많아진다. 출산 당일 일어나게 될 다양한 케이스에 대한 에피소드도 보게 되고, 자연분만과 제왕절개에 관한 글, 모유수유를 하는 글, 조리원에 가서 머무는 브이로그 등 다양하고 새로운 컨텐츠들을 소비하기 시작한다. 와이프는 몸으로 느끼기 시작한 거다. <출산>이 임박했음을 직감했다고 할까. 제 3자의 입장에서 옆에서 바라보는 아내의 변화는 굳이 출산 예정일 달력을 보지 않아도, 출산일이 머지 않았음을 알리는 전조증상일 뿐이다.
그 어떤 때보다 편안한 와이프
아이가 횡격막 가까이 올라와 있던 임신 중기에는 와이프도 쉼호흡부터 움직임까지 많은 것들이 불편하고 힘들었다. 그러나 출산이 임박하면 태아의 위치가 뱃속에서 조금 아래로 내려가고, 자궁도 출산을 하기 위한 준비를 하면서 호르몬적으로 자연스럽게 커지기 시작한다. 불편했던 배가 편해지고, 호흡이 잔잔해지니, 잠도 잘 오고 몸에서 오는 피로감도 줄어든다.
먹는 것도 이미 출산을 한 것처럼 잘 먹고 가리지 않는다. 다만 혹여 너무 많이 먹어 태아의 몸무게가 늘어날까 조심하다 보니, 무작정 많이 먹는 것은 가리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가 이따만큼 불러왔음에도 와이프는 10개월간의 대장정 중 가장 편안한 마음과 신체의 상태를 보여준다. 그 어떤 때보다 와이프가 편안해보인다면, 임신 막달에 가까워졌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