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원펀맨(애니메이션)
코로나 시대에 새로운 취미 생활
코로나가 발생한지도 어언 1년이 넘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많은 혼란을 겪었고 이제는 어느 정도 적응을 하고 있다. 외출할 때 필수품인 마스크 끼기, 손 세정제 사용, 온라인 수업, 예배, 강의 등등... 참 많은 변화가 생겼다. 하지만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코로나로 득을 본 분야도 있다. 그중 최대 수혜자가 OTT(Over The Top) 분야의 최강 기업 '넷플릭스' 일 듯하다. 나 또한 작년 초부터 넷플릭스 앱을 엄청 많이 사용했다. 책과 더불어 새로운 취미 생활로 자리매김한 넷플릭스 작품 및 영상을 리뷰하고자 한다.
하고 많은 작품 중에 첫 번째 리뷰가 유치한 애니메이션이라고?
작년 2월부터 본격적으로 본 작품수가 엄청 많은 것(영화 빼고) 같다. 명작부터 새로운 작품들까지 기억에 남는 작품들이 수두룩하다. 내가 볼 때 잘 만든 작품의 기준은 명확하다.
'1회를 보고 난 다음 밤을 새워서라도 몇 날 며칠이라도 보는가?'
한 번에 끊지 못하고 다 봤다면 그건 명작이 아닐까?
보통은 기획 드라라(특히 오리지널 넷플릭스 제작)중 중독성이 있는 것이 많다. ' 인간중독' '킹덤' 그리고 최근에 정신없이 본 '스위티 홈'등이 대표적이다. 반면 애니메이션의 경우는 한 번에 다 본 작품이 별로 없지만 지금 소개한 작품은 예외였다. 어설프고 유치해 보이는 애니메이션인 줄 알았는데 엄청난 매력이 있는 작품이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한계를 어느 정도 벗어난 원펀맨!!
필자는 어른이 되어서도 애니메이션을 자주 본다. 특히 일본 애니메이션을 자주 접하다 보니 일본 애니의 특징이 어느 정도 보인다. 간단하게 말하면 처음은 너무 재미있다. 주인공의 성장기, 반전, 너무 흥미진진한 인물들 그러나...... 마지막은 마치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뒤를 닦지 않은 시원하지 못한 느낌으로 끝난다. 이 판에 박힌 틀이 너무 많다.
1. 주인공은 처음에 나약하다. (그래서 여자아이인 경우도 상당히 많다.)
2. 자신이 속한 세계가 절대 다가 아니다.(센과 치히로와 비슷한 작품들, 진격의 거인 등등 대부분이 이랬다.)
3. 요과들이 너무 많다.(일본의 역사와 신앙이 어느 정도 반영)
4. 선과 악의 경계가 갈수록 허물어진다.
5. 마지막에는 알 듯 모를듯한 철학적인 내용이 나온다.(이건 왜 이런지 모르겠음.... 디즈니와 너무 다르다.)
어느 정도 일본 애니를 접했다면 위의 특징에 충분히 수긍할 것이다. 그러나 오늘 소개하는 작품 '원펀맨'은 그래도 결이 다르다.
주인공 사이타마는 처음부터 최강이다.
주인공은 대부분 약하다. 고난이 있다. 말 못 할 비밀이 있다. 이 스탠더드를 주먹 한방에 날려버린 주인공 '사이타마'가 원펀맨이다. 일본 애니는 예전에 드래곤볼부터 본 것 같다. 주인공의 잠재 능력을 꺼내는 데는 엄청난 고난이 따른다. 그래도 역경을 넘으면서 최강이 되지만... 근데 이 애니는 그냥 첫회부터 최강의 주인공이 등장한다. 모든 괴수들을 펀치 한방에 보내버린다. 그래서 제목이 '원펀맨'이다. 중간중간에 훈련 과정도 나오지만 지극히 특별할 것이 없다. 지금껏 본 일본 애니 중 이런 애니는 없었다.
2년 전에 우리 반에서 재미있는 남자 학생이 나에게 원펀맨 아냐고 물었었다. 난 당연히 모르겠다고 했었고 그 녀석이 썸네일을 보여줬을 때 난 이런 유치한 것 선생님은 안 본단다.라고 대답했었다. 사실 난 드래곤볼이 별로였다. 그런 내가 주인공 대머리에 눈은 점하나 별다른 매력이 없어 보이는 캡처 화면을 보면서 했던 생각이 산산이 부서졌다.
'원펀맨'의 매력은 무엇인가?
최근에 떴던 TV프로가 있다. 시대상을 잘 반영한 '나 혼자 산다'가 대표적이다. 원펀맨의 주인공 사이타마도 혼자 자취를 한다. 평소에 누워서 TV를 보고 마트에서 장 보는 것이 중요하고(특히 할인 쿠폰;;;) 라면을 자주 끓여 먹는다. 너무 특별할 것 없는 자취하는 남자의 일상이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도시에 출몰하는 괴물을 물리치는 일은 그저 취미일 뿐이다. 이 설정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거창한 비밀도 없고 함께 하는 가족도 없다. 혼자 사는 꾸밈없는 현실적인 모습이 너무 친숙 게 다가온다. 예전 같으면 나올 수 없는 설정일듯하다.
그리고 반전 매력은 어떤 괴수도 한방이다. 시리즈 처음부터 끝까지 수많은 괴수들이 나온다. 화려하고 무지 막지 해 보이는 녀석들도 민 대머리 점 눈동자 사이타마에게 한방에 다 소멸된다. 꾸밈이 없다. 처음 설정이 끝까지 간다. 이 또한 이 애니의 큰 매력이다. 그리고 주인공 사이타마는 결고 자기를 내세우지 않는다. 얼른 본인 생활로 돌아가서 빨래하고 밥 먹고 잔다.
진부하지만 재미를 더하는 히어로 순위 시스템
원펀맨의 또 다른 큰 틀은 악당들을 물리치는 히어로 등급 시스템이다. S, A, B, C 등급마다 히어로들이 있고 순위가 있다. 그리고 능력도 엄청 차이가 난다. 이와 반대로 괴수들도 재해 등급이 있다. 神(신), 龍(용), 鬼(귀), 虎(호) 등.... 이러한 구분은 이 애니를 보는 사람들에게 궁금증을 더해주고 각 등급에 따라 보이는 등장인물들의 능력치를 기대하게 만든다. 물론 이 다소 복잡해 보이는 모든 시스템도 주인공인 사이타마의 펀치 한방에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어울리는 등장 음악과 주옥같은 대사들...
원펀맨에서는 악당이 나오거나 주인공 사이타마가 펀치를 날릴 때 나오는 등장 음악도 참 중독성이 있었던 것 같다. 마치 내가 주인공이 된 기분으로 스트레스를 한방에 날려 버리는 감정이입이 아주 잘되게 음악을 잘 선정하였다. 그리고 주인공 사이타마의 무심한 대사들도 기억에 남는다.
-난 취미로 히어로 하는 사람이다.
-그러면 있는 그대로의 진심은 낼 수 없잖아 남들은 신경 쓰지 마!
-오늘은 마트 세일하는 날이잖아.
뭔가 가슴이 답답하거나 시원한 한방을 날리고 싶을 때......
그래도 애니인지라 한계는 있다. 일본 특유의 감성이 별로 일수도 있고 싸움이 유치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무언가 일일 잘 안 풀리거나 가슴이 답답하거나 어쩌면 누군가를 죽도록 패고(?)싶을 때 감정을 이입해서 보면 정말 재미있는 작품일 것이다. 나도 이 애니를 보기 전에 이렇게 빠질 줄은 몰랐다. 시즌 2까지 제작이 되어 있는데 1과 2의 제작사가 달라 차이가 좀 난다. 개인적으로 시즌 1의 완성도가 훨씬 높아 보인다. 어찌 되었건 요즘 사회면에 눈에 보이든 보이지 않든 악당들이 너무 많다. 때로는 이런 기사들이 마음을 답답하게 한다. 현실과는 떨어져 있지만 원펀맨의 초강력 펀치가 잠시나마 우리들의 답답함을 시원하게 뚫어주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