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타인은 지옥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의 어두운 면은......
우리가 사는 세상은 많은 모습을 하고 있다. 때로는 밝고 따뜻한 모습도 있고 한편으로는 너무 어둡고 불편한 모습이 뒤섞여 있다. 어두운 면의 극단을 아주 잘 표현한 작품이 바로 '타인은 지옥이다'이다. 나 아닌 다른 모든 사람이 지옥처럼 느껴지는 기분은 어떨까? 보는 내내 정말로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불편한 작품이 아닐까 한다.
왜 이리도 답답함을 느끼게 할까?
주인공 종우는 부산에서 홀로 어머니를 모시고 산다. 어려운 가정 형편 속에서도 소설가를 꿈꾸며 주어진 현실에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면서 살고 있다. 어느 날 대학교 선배가 운영하는 홍보 디자인 회사에 자리가 있다고 연락이 오자 종우는 서울로 향하게 된다. 여자 친구 또한 서울에 있어 종우는 기대하는 마음으로 상경하지만 그를 기다리는 것은 예상과는 달리 차가운 현실이다.
처음에 종우가 처한 상황이다.
- 아는 사람이 선배랑 여자 친구뿐이다.
- 가지고 온 돈이 별로 없다.
-회사의 인턴으로 봉급이 아주 작다.
- 주거지(월세)의 압박으로 고시원을 찾지만
그마저도 비용이 만만치 않다.
- 주변 사람들은 그에게 관심이 있지만 필요할
때는 외면한다.
어쩌면 꿈을 가지고 상경하는 요즘 젊은 청년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부모의 도움 없이 과연 서울 생활을 어떻게 감당할까 싶다. 월세와 교통비, 통신비, 생활비를 제외하면 손에 쥐는 돈은 별로 없을 것이다. 종우 또한 최대한 월세를 아끼기 위해 재개발 지역의 허름한 고시원을 선택하게 된다. 그곳이 어떤 곳인지도 모르고......
고시원에서 만난 사람들......
어쩌면 사회적으로 가장 취약한 주거 공간인 고시원에서 사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일까? 드라마에서 에덴 고시원에 사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사회에서 낙오되거나 비밀이 있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주머니 사정이 어려운 청년들... 에덴 고시원에는 수배범, 전자발찌를 찬 사람, 장애인, 외국인 노동자, 채무에 시달리는 사람 등등이 나온다. 그리고 한두 푼이 아까운 주인공 종우와 같은 청년도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사는 서울에서 가장 좁고 낙후된 주거 공간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종우가 선택한 고시원은 그중에서도 가격만 싸지 모든 것이 최악인 곳이었다.
비밀을 쉽게 알려주고 보는 이로 고구마를 몇십 개를 먹은듯한 답답한 이야기
종우가 사는 고시원 사람들은 하나 같이 이상하다. 그리고 고시원 주인아줌마의 능청스러우면서도 이중적인 면은 보는 이로 하여금 섬뜩함을 준다. 종우는 고시원 사람들 하나하나가 비정상적으로 보이고 어느덧 기분 나쁜 기운이 자신의 주위를 맴돌고 있다는 사실을 감지한다. 하지만 주머니 사정으로 어쩔 수 없이 고시원에서 생활하는데 하루하루가 마치 1년이 지나가는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처음에 느껴지는 스릴러 같은 음산함과 비밀스러움은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누가 악당들인지 쉽게 알려준다. 마치 예전에 영화 '추격자'처럼 범인이 누구인지를 알려주고 보는 이로 하여금 고구마를 계속 멕이는 전개랑 비슷하다. 주인공 종우의 마음이 아주 잘 전달된다.
이동욱 배우의 놀라운 싱크로율
여기서는 종우를 둘러싼 수많은 악당(?)들이 나온다. 회사 선배, 고시원 아주머니. 고시원 사는 사람들.... 어느 하나 종우를 가만히 두지 않는다. 가끔씩 종우를 돕는 사람들은 1~2회를 못 넘기고 사라진다. 그중 최고의 악당은 배우 이동욱이 맡은 치과 의사 서문조가 아닐까 한다. 개인적으로 이동욱 배우가 연기를 아주 잘한다는 느낌은 잘 받지 못했다. 다만 이미지를 잘 살린다는 정도였다. 그런데 여기서는 표정과 말투 매회가 지나갈수록 알 수 없는 대화로 종우를 서서히 내면에서부터 무너뜨리는 모습은 가히 악마적이다. 그리고 배우 이동욱의 자체가 너무 이 역에 잘 녹아서 보는 이로 하여금 등골 서리는 공포를 선사한다.
고시원 사람들을 왜 잡지 못하는 걸까?
참 많은 한국 영화나 드라마에서 경찰의 무능함을 다루고 있고 사회 시스템의 약점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은데 타인은 지옥이다에서도 마찬가지다. 여자 순경 소정 화만이 이 사건의 낌새를 느낄 뿐 누구 하나 도와주지 않고 연쇄 살인은 묻히거나 덮인다. 형사들은 동료 형사가 실종되어도 무심하게 반응하고 소정화 순경이 단서를 주어도 순경이라고 무시한다. 다른 경찰도 사건을 바로 보지 못하고 대수롭지 않은 장난이라고 생각할 뿐이다.
현실과는 많이 다르겠지만 이런 악당들이 조직적으로 사람들에게 다가올 때 역할을 다해야 할 경찰이나 사회 약자 보호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우리 중 누구도 끔찍한 일을 당할 것이다. 최근에 공분을 쌌던 정인이 사건도 이런 시스템이 제대로 역할을 못해서이지 않을까......
임시완 배우는 믿고 보는 배우로 거듭나다.
또 여기서 주목할 점은 주인공 종우 역을 맡은 배우 임시완이다. '미생'에서 뛰어난 연기를 선보이더니 여기서도 주인공 종우가 인간성을 서서히 잃어가는 내면 연기가 아주 뛰어나다. 그리고 지금 보고 있는 드라마' 런 온'의 역할까지 너무나 다른 역할이지만 어느 하나 어색하지 않게 연기를 아주 잘한다. 앞으로도 임시완 배우의 놀라운 연기 변신이 기대되기도 한다.
타인은 지옥일까?
우리는 살아가면서 나를 진심으로 돕는 사람들을 만날 수도 있지만 반대인 경우도 있다. 다만 그 사람의 얼굴이나 외모로는 그 마음속 생각을 알 수가 없다. 나에게 베푸는 친절이 계산된 것일 수도 있고 나를 곤경에 빠드리거나 지속적으로 괴롭힐 수도 있다. 그래도 세상이 모두 그렇지만은 않다. 내가 살아보니 좋은 사람들이 훨씬 많다. 사회의 어두운 면이 사람들의 마음을 우울하게 할 수는 있지만 그래도 사람은 서로 함께 살아가는 존재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추천하는 이유는?
이 드라마의 갑갑한 진행(?)이나 사람을 파리 목숨처럼 다루는 부분이 부담스러운 분들도 있겠지만 그래도 각 등장인물들의 연기는 아주 뛰어나다. 등장인물 어느 하나 어색한 점이 별로 없다. 특히 고시원 사람들의 연기는 압권이다. 그리고 우리나라만이 가진 폐쇄적인 공간인 고시원은 이야기 배경을 한 것 음산하게 만든다. 인간의 어두운 부분을 잘 그린 드라마이다. 다만 피나 살인과 같은 강력범죄영화를 보지 않는 분들은 다소 내용이 잔혹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주인공 종우의 마지막 모습은 모든 이야기가 끝나는 마침표를 찍어주지 않고 더 보는 이로 하여금 혼란하게 만든다. 자세한 것은 드라마를 보고 판단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