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목표(중간평가)

엄브렐러 아카데미가 왜 여기서 나와?

by 천우주

저번 주, 넷플릭스의 엄브렐러 아카데미 시즌3을 보기위해 1화를 재생했다.

근데 앞의 스토리가 영 기억이 나지 않아 이게 어떻게 흘러가는지 당최 헷갈려 그냥 시즌 1부터 다시 정주행을 했다.

그리고 몇 날에 걸친 정주행이 방금 막 끝났다.

오늘은 7화부터 최종화까지 4회분을 한 번에 다 봐버렸다.


물론 엄브렐러 아카데미 얘기를 하려는건 아니다.

글의 제목이 '올해의 목표 중간평가'니까.

올해의 목표를 하기 위해 하루에 조금씩 할 일들을 해나가는데 오늘은 이 시리즈의 시청 때문에 건너뛴것에 대한 소소한 변명으로 얘길해 본 것이다.


올해 초반에 세운 계획은 간단히 요약해 4가지이다.


1. 영어공부

2. 피아노 배우기

3. 글쓰기

4. 그림 그리기


각각의 주제에 번호를 매긴 것은 나름의 우선순위를 매겼기 때문이다.

4가지를 하루에 다 하면 좋겠지만 시간상 그러진 못해 나름의 여유로운 차선책도 마련해놓았다.

차선책이란, 4가지를 다 못할 경우 3가지는 하는 것이고 3가지를 못할 경우 2가지를 하는 것이고 2가지를 못할 경우 최소한 1가지는 하루에 꼭 한다는 것이다.

목표일지란 작은 수첩도 하나 가지고 있어 매일 한 것들과 못 한 것들에 대해서 체크도 하고 있다.

일요일은 제외다.


1월부터 지금까지 4가지 중 1가지는 하루에 꼭 하자고 했지만 실상 빼먹은 날도 많다.

그중 1월~3월까지의 석달간은 거의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그래도 4월부터는 나름 지금까지 최소 1가지는 하루에 해왔고 최근에는 한 달이 넘게 루틴을 지켜왔다.

1번 항목인 영어공부는 거의 매일 했고 피아노는 주에 2~3회, 글쓰기는 월에 1~2회 정도 해왔다.

4번 항목인 그림은 올해 들어 한 번도 하지 못했다.

글쓰기의 경우는 최근 들어 그동안의 평균보다 횟수가 좀 늘었는데 이건 목표가 약간 변형이 되어서이다.

글쓰기만이 아니라 영어, 피아노, 그림 모두 목표를 해나가는 방식을 조금 수정했는데 이것들은 각각의 카테고리를 만들어 따로 얘기해볼 생각이다.


사실 누가 물어보지 않은 이 얘기를 구구절절 쓰는 이유는 오늘 빼먹은 루틴에 대한 나름의 변명이기도 하다.

조금 더 이유를 보태면 중간점검이란 구실로 다시 한번 마음을 좀 잡아보자는 이유이기도 하다.

루틴을 빼먹은 이유는 다음회를 궁금하게 만드는 저놈의 드라마에 홀려 오늘은 '에라 모르겠다, 다 보고 생각하자'란 생각이 들어서이다.


그렇지만 변명거리를 찾는게 내심은 급했는지 정신의 99%는 드라마를 보면서 남는 1%로 변명거리를 생각하다 어제 본 어떤 유튜브의 내용이 문득 생각났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어제 본 유튜브의 내용이 머릿속 한편을 차지하고 있어 그것에 대한 생각을 적어보려다 오늘 빼먹은 목표에 대한 변명과 연관이 되어졌다는게 맞겠다.

그래서 원래 쓰려던 주제였던 '호모 사피엔스'라는 제법 거창한 제목을 틀어 '올해의 목표'로 바꾸어 글을 쓰게 되었다.


살아오면서 무진장 자주 느끼고 자주 경험하는 것이지만 나는 실수도 많고 결점도 많다.

어디를 보나 그렇게 뛰어난 구석이 있지도 않고 성격도 흠잡을 데가 많다.

그리고 나는 이런 결점들을 모두 없애버리고 좀 더 완벽한 인간이 되고 싶다는 욕망도 가지고 있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고, 무엇이든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고, 적어도 한 두 가지 분야에선 뛰어남 이상의 뛰어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욕망이 있다.

그래서 타인에게도 인정받고 싶고 내가 하는 얘기에 대해 모두가 공감하고 인정해주었으면 하는 욕구를 가지고 있다.

즉, 사랑받고 싶고 사랑받을 자격이 충분함을 모두가 알았으면 하는 것이다.


심리 상담이나 정신 의학적으로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이런 욕구와 욕망들의 많은 부분이 성장 배경과 환경에 기인하고 있고 가끔 혹은 자주 내 생각과 습관을 움직이고 있다는 건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지식이 있어서 아는 것이 아니라 '나'라는 존재로 몇십 년을 살아왔으니 어느 정도 눈치를 채고 있는 것이다.

아무튼 내 에고와 터부와 욕망과 결점들을 구구절절이 쓰려고 하는 건 아니니 이 얘기는 이쯤 하고 머리속 1%가 이래저래 돌아가다 문득 '사람'이란 무엇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아까 얘기했듯 어제의 유튜브의 영향도 있고 지금 읽고 있는 책과 그전에 읽었던 책과도 연관이 있다.


결점이 없는 완벽한 인간이란 없음을 알고 있지만 종종 그것을 까먹고 내가 되고자 하는 이상적 인간의 모습을 바로 그런 인간으로 생각하곤 한다..

그런데 조금 더 생각해보면 '이상적인 인간'이란 게 과연 그런 모습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무엇이든 잘하고 흠잡을 데 없으며 그늘이 없는 사람.

모두에게 친절하고 다정하며 하는 말들은 모두 논리 정연하여 만인의 수긍을 이끌어 내는 사람.

틀린 말은 하지 않고 거짓이 없으며 모두에게 당당한 사람.

가족에게도 친구에게도 동료에게도 자랑이 될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 존재할까?

그런 사람이 존재한다면 그것을 과연 '사람'이라고 불러야 할까?


'호모 사피엔스'

호모 사피엔스는 생각하는 인간이라는 뜻이다.

현생 인류 진화의 최종단계에 있는 이 '호모 사피엔스'가 바로 우리들이며 우리들은 '생각하는 사람'인 것이다.

이 '생각하는'이란 특징을 가지게 되면서 고대 최초의 현생 인류는 당시 분포되어 있던 다른 종의 인류들과 동물들을 모두 물리치고 오늘에 이르러 생태계의 정점에 서게 되었다.

어떤 학설에 따르면 고대 인류 중 호모 사피엔스가 보인 남다른 특징 중 하나가 바로 '예술의 표현'이라고 한다.

그 예술의 표현이 바로 그림이고 동굴 벽화는 사피엔스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인 것이다.


우리 인류가 생명이라는 관점에선 다른 생명들보다 가치가 있다거나 좀 더 월등하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생명의 무게란 우주의 관점에서는 동등할 테니깐.

그렇지만 인류가 다른 동물에 비해 월등히 뛰어난 부분이 바로 생각이고 그 생각과 더불어 진화하고 발전한것이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감정이 없이 어떻게 예술을 할 수 있단 말인가.


현재는 인공지능이 웬만한 사람보단 훨씬 더 정밀한 그림을 그리고 시나 문학적 이야기도 쓸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되고 있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거기엔 아직 큰 차이가 있다.

그림이나 글, 음악, 그 밖의 다른 예술적 작품을 인공지능이 생산할 수 있다고 하여도 그것을 보고 감상하고 감동을 받거나 비평을 할 수 있는 건 역시 아직은 인류밖에는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감정은 생각과 더불어 인류가 가진 뛰어난 특징이고 생각은 곧 감정을 만들고 감정은 다시 생각을 넓히고 깊게 만든다.

감정을 가진 다른 생물들도 있겠지만 그 다양성과 변칙성, 깊이에 대해선 따라올것이 지구상엔 없을 것이다.

그러하기에 인류는 현재와 같은 정점에 서게 되었을 것이다.


이렇듯 우리 인간이 가진 최강의 무기는 생각과 감정이며 최대의 약점 또한 그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렇기에 앞서 얘기한 '완벽한 인간'을 과연 '인간'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가 의문인 것이다.

아마도 모든 면에서 완벽한 인간이 탄생한다면 그것은 필시 다른 종일 것이다.

다른 종의 인류.

그게 현생 인류에서 좀 더 진화된 모습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사피엔스'는 아닐 것이다.

그러므로 사피엔스인 인류가 허점과 결점을 가지는 건 당연한 모습이다.


인생은 언제나 계획대로 되지 않고 마음도 언제나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

세워둔 계획은 어긋나기 일쑤고 잘하려고 하는 일도 망쳐놓기 일쑤고 실수하고 사과하고 미워하고 질투하고 나쁜 감정을 가슴에 담아두다 폭발하기도 한다.

한 번한 실수를 열 번도 넘게 다시 하고 달콤한 말들에 속아 넘어가기도 한다.

그렇지 않기로 다짐에 다짐을 하지만 내일이면 다시 언제 그랬냐는 듯 같은 일을 반복하고 있다.


그렇다. 변명이다.

그간의 내 실수와 결점들과 오늘 하지 못한 올해의 목표에 대한 변명이다.

그 변명들이 어제 본 유튜브와 보았던 책들의 내용과 혼합이 되어 두서없고 길디긴 변명을 이렇게 하고 있는 것이다.


실수와 후회와 절망은 누구나 할 수 있고 언제든 할 수 있다.

그것이 생각과 감정을 진화시키고 발전시킨 인류의 축복이고 한편으론 저주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절망과 좌절만을 할 필요는 없다.

다행히 우리의 눈은 두 개라 한쪽이 절망을 보더라도 다른 쪽으론 희망을 볼 수도 있는 것이다.

몸의 자세도 한쪽으로만 계속 있다 보면 결국엔 병이 나듯 우리의 생각과 시선도 한쪽만 본다면 병이 나고야 말 것이다.


나는 잘하려고 하지만 늘 그렇듯 어긋나며 하려고 마음먹은 일들도 다른 일들에 정신이 팔려 내일, 또 내일로 미루며 살아가고 있다.

그렇지만 그것에 너무 나 자신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으면 한다.

적어도 지금까지 보다는 좀 덜 받았으면 한다.

사피엔스는 '생각하는' 인간이지 '만족하는' 인간, 혹은 '완벽한' 인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 할 목표, 올해 할 목표들을 드라마로 인해 살짝 미룬걸 나는 아주 '인간다운 행동'이라고 칭찬까지는 아니더라도 위로를 하며 오늘 밤 잠자리에 들고 싶다.

늦게 잠을 자게 되어 내일 또 피곤하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내일 다시 올해의 목표를 해 나갈 것이다.


올해의 목표 중간평가는....

'다시 힘내서 잘해보자'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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