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오고 나는 혼자라
밤이 깊어지매 생각도 깊어진다.
깊어지는 생각은 언제나 슬픔으로 들어간다.
내가 있는 곳은 슬픔의 바다 위 낡은 뗏목.
수면에 발가락만 닿아도 나는 슬프다.
깊은 생각을 하지 않으려 한다.
네가 잘 있는지 궁금해하지도 않으려 한다.
생각도 안부도 모두 수면 아래 있어 나는 그곳에 갈 수가 없다.
숨 한 번에 십 년이 지나갔으면 한다.
그러면, 그렇게 된다면
슬픔의 바다에 몸이 닿아도 견딜만하겠지.
창창히 넓은 세상 이 작은 뗏목을 빼곤 모두가 슬픔이어라.
그래도 살아진다.
슬픔이 넘치지만 그래도 살아진다. 숨만 쉬면 살아진다.
나는 숨만 붙들고 살아가련다.
십 년이 될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