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이 빠르게 지나간다.
저편에선 하얀 구름이 파란 하늘을 미끄러지며 지나고, 이편 하늘에선 회색 구름이 흔들리는 풀위로 그림자를 드리우며 지난다.
수수수수수수수~~~
솨솨솨솨솨솨솨~~~
바람의 지휘와 구름의 장단에 맞춰 풀들이 출렁이며 춤을 춘다.
있는 대로 되는대로 춤을 추는 풀들.
긴 장마 속에 잠시 드러난 파란 하늘이 참으로 반갑다.
빗줄기가 다시 떨어지고 바람은 점점 강해진다.
잠시 보였던 파란 하늘은 어느새 구름뒤로 다시 숨었다.
여름이다.
기분대로 마음대로 비를 뿌리고 태양을 드러내는,
계절 중 가장 자유롭고 가장 격정적인 여름이다.
나는 여름을 지나고 있다.
여름도 나를 지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