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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도 낯선...

by 천우주

어스름한 저녁, 동네를 어귀를 걸어가다 너무도 그리운 목소릴 들었습니다.

익숙한 그 단어, 익숙한 그 음성.

너무 놀라 주변을 돌아보니 다른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내 귀엔 찰나의 시간, 꼭 나를 부르는 소리였습니다.

잊고 있었습니다. 그 느낌, 그 순간들.

기억이 올라오며 나는 저항할 틈도 없이 시공에서 튕겨 나와 그때로 돌아갑니다.

하지만 나의 몸은 여전히 어스름 저녁의 동네 어귀에 있습니다.

이곳은 어딜까요?

그리운 목소리와 그리운 사람이 없는 텅 비고 휑한 이곳은 어딜까요?

내가 있는 이곳이 너무도 낯설고 무섭고 슬퍼집니다.


나는 살아오면서 많은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그래서 그럴까요?

나의 죄와 나의 존재에 대해 참회와 용서를 구한다면 아무도 없는 슬픔의 어귀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너무도 따뜻하고 너무도 그리운 그곳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요?


여기가 어디인지 모르겠습니다.

내가 왜 여깄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혹시 하나님은 아실까요?

어느 시에서 처럼 하나님은 미리 알고 이것을 정하셨을까요?


지나고 나면 추억이라지만 나는 아직 이곳을 지나지 않았습니다.

길은 이제 시작이고 끝은 너무 멀리 있습니다.

나는 벌써 지치고 힘이 듭니다.

하루, 아니 지금, 아니 순간만을 생각해야겠습니다.

숨을 쉬고 내는 것만 생각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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