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09월 01일
너와 나의 하늘,
그 누가 몰고 왔나
온통 먹구름으로 가렸네
그래도 9월이다.
너와 나의 하늘 먹구름일지라도
그래도 9월이다.
-강산에 3집 "그래도 9월이다" 중
https://youtu.be/qYLxaTO26Lc?si=fl2BjYPXwtpGoXpa
9월이 다가오면 이 노래가 생각나다.
무더운 여름을 막 지나고 여름과 가을이 공존하는 빠르고 변화무쌍한 계절 9월.
장마와 무더위를 지나 9월에 다다렀지만 시련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태풍이 남았고 마지막 더위와 가을의 서늘함에 깜짝 놀랄 일이 남았다.
그래도 9월이다. 힘든 일은 지났고 지금의 힘든 일도 곧 지날 것이다.
먹구름은 사라질 테고 태풍도 금세 지나가리라.
그러니 괜찮다. 여기 잠시 서서 9월을 바라보자. 계절이 끝남을 바라보자.
시작됨을 바라보자. 풍요의 가을과 안식의 겨울을 기쁜 마음으로 준비하자.
군복무 시절 이 노래를 특히 좋아했다.
제대가 9월이었기 때문이다.
군 생활이 힘들지는 않았다. 남들은 모르겠지만 나는 그랬다.
군 생활이 힘들었던 건 딱 하루뿐이었다. 입대 첫 날밤.
그때가 가장 힘들었다.
아무런 훈련도 하지 않았지만 나는 병영에서의 첫 날밤을 잊을 수 없다.
낯선 이들에 둘러싸인 낯선 곳에서의 밤.
나를 아는 이는 아무도 없었고 내가 아는 이도 아무도 없었다.
집은 너무 멀었고 나는 돌아갈 곳이 없었다.
그게 두려웠다. 돌아갈 곳이 없다는 것. 돌아갈 수 없다는 것.
지금이라도 당장 낯선 이들을 뒤로 한채 황량하고 삭막한 이곳을 떠나 집으로 달려가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아침까지만 해도 자유의 몸이었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구속된다는 것.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것. 그것이 그렇게 두려운 것인지 나는 그때 처음 알았다.
그렇지만 고맙게도 시간은 흘러갔고 나도 군대에 적응해 갔다.
군 생활이 힘들고 싫었던 건 그날 딱 하루였다.
제대할 때까지 소소한 어려움은 있었지만 그 정도야 어디서나 겪는 일들이니 입에 낼 정도는 아니다.
아무튼 지지부진한 시간들을 보내며 나는 가끔 강산에의 '그래도 9월이다'를 흥얼거리며 제대를 기다렸다.
군대가 아니라도 9월이 다가오면 이 노래가 생각난다.
멜로디가 좋아서다.
뜨거운 한낮을 지나 선선한 바람이 부는 앞마당 평상에 누워 하늘 가득 들어찬 별을 보는 것 같은 멜로디다. 다리를 건들거리면서, 훗훗거리며 가끔씩 피식거리면서.
내게 이 노래는 희망의 노래는 아니다.
작은 위로를 전하는 노래이다.
나는 그렇게 느낀다.
우리 삶에 필요한 건 어쩌면 밝고 희망찬 내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내일은 행복할 거라고 말하는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삶이 힘들지 않을 수 있을까?
아무런 아픔 없이 살아갈 수 있을까?
그렇다 해도 견디고 살다 보면 상처와 슬픔이 조금은 괜찮아질 수 있진 않을까?
이 노래를 들으면 그런 느낌이 든다.
내일의 희망이 아닌 지금의 아픔을 잠시 다독여 주는 것.
다시 9월이 왔다.
올해는 내 인생 유례없는 한 해였지만 그런 것과 상관없이 9월은 여전히 그대로 그 자리에 왔다.
나는 지금 괜찮지 않지만 살다 보면 또 괜찮아질 것이다.
9월이 그렇게 말하고 있다.
그리고 말한다.
매일 똑같지 않기를 바라며 살아가라고.
매일 똑같지 않기를 바라는 그 시간들
내 어깨 기대어서 잠이든
널 보며 질투하나 봐
내 사랑 단 하나
너와 나의 저 하늘
그래도 9월이다
-강산에 3집 '그래도 9월이다'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