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09월 03일
태풍이 지나고 있다.
단단히 닫아놓은 문 너머로 비바람 소리가 심상찮게 들려온다.
오늘 읽던 책에서 '길'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마음이 끄는 길, 현실과 타협하는 길, 꿈을 향한 길, 생존을 향한 길, 욕망을 향한 길.
세상엔 다양한 길이 있고 우리는 늘 선택 속에 살아간다.
끊임없는 선택 속에 어떤 길을 가야 하는가는 삶에 늘 따라다니는 의문 중 하나다.
나는 지금 어떤 길을 가고 있을까?
나의 길은 무엇일까?
나는 어떤 길로 가야 하는 것일까?
지금은 월급을 받고 살아가는 무던하고 평범한 회사원이지만 한때는 꿈도 있었고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무언가가 되고 싶단 욕망도 있었다.
그렇다면 이것이 나의 길일까?
정년까지 회사를 다니다 퇴직 후 건강히 허락하는 한 부지런히 움직이다 쓰러지는 것.
그것이 나의 길일까?
퉁퉁... 휘유유웅~~~ 투두두두두두
비바람이 심상치 않다.
저렇게 거세게 불어대는 태풍은?
태풍의 길은 무엇일까?
뜨거운 바다에서 생겨나 비와 바람을 몰고 북상하다 마침내 소멸하는. 그것이 태풍의 길이고 정해진 그의 운명일까?
혹 자신이 좀 더 위대한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진 않을까?
세상의 더러움을 씻어내고 바다와 대기를 깨끗이 만드는 것이야말로 자신의 존재 이유라 여기지 않을까?
그러한 소명을 위해 자신의 확고한 의지로 움직이고 싶진 않을까?
알 수 없는 일이다.
태풍의 마음을 내가 어찌 알겠는가?
그래도 한 가지는 확실하다.
태풍의 길이 어떤 것이는 그는 자신의 길을 한 치의 의심 없이 나아간다는 것이다.
그 길이 어떤 길이든, 비록 자신을 약하게 하고 소멸시키는 길일지라도 두려움도 없이 망설임도 없이 거침없게 자신의 길을 간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나의 길은 어떤 것일까?"
아니 질문을 바꿔보자.
"나는 지금 걸어가는 이 길을 한 치의 의심 없이 당당하고 거침없게 나아가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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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이 지나는 날 바람 소리를 들으며 태풍과 나의 길에 대해 이런저런 상념에 빠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