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09월 06일
사람이 만든 기계와
기계가 만든 사람들이
서로 부딪히다가
저녁에는 자신이 살아있는지조차 알 수가 없구나
친구야 여기는 기계의 도시란다
여기는 사람이 기계를 작동시키지 않고
기계가 사람을 작동시킨다
-서로즈 '기계'
국내 이주 노동자들이 쓴 시가 책으로 나온다는 기사를 우연히 접했다.
책의 제목은 <여기는 기계의 도시란다>로 네팔 노동자 35명이 쓴 69편의 시가 실려있다고 한다.
시집을 읽어보진 않았지만 제목에서부터 한국의 노동현장에서 겪은 그들의 수많은 애환이 녹아있는 시들임이 짐작된다.
그들이 고국을 떠나 이 땅에서 겪은 일들은 무엇이었고 어떤 것이었을까?
그 경험들이 그들을 더욱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주었을까? 행복하게 해 주었을까?
나로선 섣불리 답할 수 없는 질문이지만 기사에 실린 몇 편의 시들을 읽으며 나는 그들의 경험이 아프게 느껴졌다.
나는 왜 태어난 곳도 다르고 얼굴 한 번 본 적도 없는 생면부지인 그들의 시에서 아픔을 느꼈을까?
그건 아마도 우리가 얽혀 살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이 겪은 아픔을 다른 방식으로 겪어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꿈들이 삶을 죽이는 것이다.
그리하여 꿈은 살인자가 되고
그런 꿈을 나도 한국에서 꾸고 있다.
-수레스싱 '꿈'
이 시를 쓴 수레스싱과 함께 한국에 왔던 그 친구는 어느 날 같이 밥을 먹고 헤어진 후 다음날 시체로 발견되었다고 한다. 이 시는 수레스싱이 그 친구를 떠나보낼 때 썼던 시이다.
삶을 위해 꿈을 꾸지만 꿈이 삶을 잡아먹는,
목적을 위해 수단을 택하지만 수단이 목적이 되어버리는,
그런 경험을 누구나 해보았을 것이다.
행복을 위해 노력했지만 그 노력이 오히려 행복을 멀어지게 하는,
그런 경험을 누구나 해보았을 것이다.
행복을 찾아온 기계의 도시에서 그들은 행복을 발견했을까?
아니 발견할 수 있을까?
만족과 행복을 구하는 삶에서 우리는 그것들을 찾아내었을까?
아니 찾아낼 수 있을까?
그들의 시를 보며 우리가 가는 곳은 어디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사의 링크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96085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