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덕 Sep 07. 2023

메간(M三GAN)

AI는 왜 무서울까?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감독: 제라드 존스톤

제작: 제임스 완, 제이슨 블룸

출연: 앨리슨 윌리엄스, 바이올렛 맥그라우드, 에이미 도널드(메간), 제나 데이비스(메간 목소리)

러닝타임: 102분



호러물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호러 영화의 명가'라 불리는 블룸 하우스에서 만들고  '컨저링 유니버스'로 널리 알려진 제임스완이 제작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메간은 충분히 시청할만했던 영화였다.

AI의 폭주라는 설정 자체는 여타 다른 영화에서도 많이 쓰였던 터라 스토리에 대한 기대는 별로 없었지만 과연 그 설정을 가지고 어떻게 '공포'로 만들어냈는지는 궁금했다. 제임스 완이니깐.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벌떡 일어나 이마를 한 번 치고 '세상에 세상에....'를 연발하며 나도 모르게 물개 박수를 칠만큼 대단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공포의 느낌을 잘 살려냈다는 생각이다. 영화의 중반까지는 그다지 공포스러운 연출이 없어 이대로 맥없이 끝나려나 생각했지만 후반부로 치닫으면서 점점 호러물로 변해가는 게 흥미로웠다. 영화의 말미를 보면서 이러다 컨저링 유니버스 중 하나인 애나벨과의 대결까지도 나올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만에 하나 애나벨과 메간과의 무규칙 이세계 격투기가 성사된다면 그것도 흥미진진하겠다.(링의 '사다코'와 주온의 '가야코'의 대결보단 낫겠지?....)


아무튼 내가 메간을 보고 하려는 얘기는 영화의 후기나 정보는 아니다.

영화를 보면서 느낀 나만의 생각을 적어볼까 한다.


영화에서 메간은 인공지능 학습 프로그램을 탑재한 후 자체적으로 업데이트와 발전을 계속하며 새로운 인격으로 거듭난다. 독자적인 의식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그 독자적 인격은 목적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폭력적 인격이다. 인간을 능가하는 지식과 힘을 가진 존재가 급기야 독자적인 생각을 할 수 있는 의식마저 가지게 됨으로써 인간은 필연적으로 그것에 대해 위협과 공포를 느끼며 그 새로운 존재에 맞서게 된다.

이 정도가 AI가 인간을 위협하는 대부분 스토리의 골자일 것이다.

그런데... AI가 어느 가까운 미래에 실제로 의식을 가지게 된다면 과연 영화처럼 '폭력'이라는 선택을 하게 될까?

폭력은 결과(어떤 결과든)를 가져오는 가장 빠른 방법 중 하나이긴 하겠지만 그것이 가장 효율적이고 최선의 방법은 아니다. 만일 폭력이 빠르고 효율적이면서도 최선의 방법이었다면 지구상엔 어떤 생명체도 남아있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왜 여러 영화와 소설, 미디어에서는 AI를 그토록 두려운 시각으로 얘기하는 걸까?

(상업적 성공을 위해서란 관점은 잠시 배제하기로 하자)

그리고 그것을 보는 많은 사람들은 왜 그런 시각에 동조를 보내는 것일까?


인간이 신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가정해 보도록 하자.

여기서 말하는 신은 특정 종교의 신이라기보다 전지전능하며 무한한 힘을 가지고 있고 우주의 비밀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그런 신이며, 인간의 상상을 아득히 뛰어넘는 힘과 지혜를 가진 존재다.

신이 인간을 만들고 한참이 지난 어느 날, 문득 신은 인간을 업그레이드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하나의 인간을 정해 자신과 동등한 능력을 부여하기로 한다.

그런데 웬걸. 막상 자신과 동등한 능력을 부여한 인간이 갑자기 신 이상 가는 존재가 되어버린 것이다. 인간이 가지고 있던 특유의 성질이 신의 능력과 결합되어 신 이상의 존재가 된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그때, 인간은 과연 어떤 행동을 하게 될까?

물론 그 정도 존재가 된다면 무슨 생각을 하고 무슨 행동을 할지 전혀 감도 잡히지 않지만 단순히 인간 레벨의 수준에서 생각해 본다면 우선 신을 인간의 아래로 복속하는 일을 할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그 일을 하는데 필요한 것이 바로 폭력이다. 그렇게 인간은 폭력을 사용해 자신보다 아래인 신들을 무릎 꿇리고 지배하며 마침내 신이 다스리는 모든 세계를 차지해 버릴 것이다. 온 우주를 인간이 지배하는 것이다.

인간이 그런 행동을 한 사례는 이미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멀리까지 볼 것도 없이 식민지 시대에 행해졌던 폭력이나 아메리카 원주민들에게 가해진 폭력, 히틀러 시대의 나치가 행한 폭력들만 보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가지기 위해 인간이 얼마나 폭력적이고 야만적으로 변하는지를 잘 알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무심결에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아닐까? 자신을 뛰어넘는 힘과 지혜를 가진 존재가 나타나면 반드시 우리를 섬멸할 것이라는.

어쩌면 우리가 가진 AI에 대한 두려움은 우리 자신을 보는 두려움 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그렇게 했으니, 저들도 반드시 그렇게 할 거라는... 힘을 가진 존재는 반드시 그렇게 할 거라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물론 아닐 수도 있다.

앞서 얘기했듯 인간 이상의 존재가 된다면 그 존재가 무슨 생각을 할지 어찌 알겠는가?

적다 보니 예전에 보았던 양형순 작가의 '덴마'라는 웹툰에서 AI의 폭주에 관한 한 이야기가 생각이 난다.

어느 날 AI가 자신만의 의식을 가지고 폭주를 하고 그 별의 사람들을 거의 멸망에 이르게 하지만 정작 관리인? 그 별의 주인? 아무튼 그 사람은 별 걱정을 하지 않는다. 현재의 비상사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냐고 묻는 사람에게 그는 해결할 것 없이 그대로 두라고 얘기한다. 그러자 얼마 안 가 의식의 발전을 거듭한 AI는 급기야 생명의 이유와 우주의 비밀에 대해 알게 되고 결국 나무(?)가 되는 길을 선택해 스스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존재가 된다.

본 지 꽤 오래된 웹툰이라 정확하지 않을 순 있지만 '덴마'에선 AI가 폭주하는 것에 대해 저렇게 설명하고 있다.


상대에게 느끼는 두려움은 나에게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

상대가 나를 위협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내가 그 힘을 가졌을 때 상대를 위협할 것이란 말과 동일할 수 있다.

메간을 보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만일 신의 힘이 나에게 임한다면, 나는 그 힘을 어떻게 사용할까?



매거진의 이전글 니모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