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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덕 Nov 16. 2023

비행기(2017)

카카오 스토리의 지난 글에서


비행기


월남전에 참전했던 아버지는

헬기는 많이 타봤는데 비행기는

한 번도 못 타봤다고 하셨다.


'그럼, 월남에는 어떻게 가셨어요?'

하고 물으니 배를 타고 가고 배를 타고 돌아왔다고 했다.


어릴 땐 하늘에 지나가는 비행기는

죄다 아빠가 타고 간다고 좋아했는데

그 얘길 들으니 조금은 실망스러웠다.


한참 뒤 병에 걸리시고

이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아시곤

아버지는 어머니께 비행기를

타고 싶다고 하였다.


그리고 얼마 후

아버지는 어쩌다 자리가 비게 된

제주도 관광팀에 끼게 되어

한 번도 못 타보셨다는

비행기를 타시게 되었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타는

비행기는 어떠셨을까?

처음 가보는 제주도는 어떠셨을까?

난생처음 가는 공항에서 혹시

혼자 헤매진 않으셨을까?

나는 왜 그때 그런 사소한 것들을

물어보지 않았을까?

잠깐의 따뜻함도 보여주지 못했을까?


지금 나는 다만 그가

그 시간을 즐겁게 보냈길,

경이롭게 보냈길 바랄 뿐이지만

이제와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가끔 이런 생각이 들 때면

내가 세상을 좀 더 경이롭게

살지 못하고 있기에

아버지 것과 내 것까지

두 배는 슬퍼진다.


생각해 보면

내가 여기 있는 것조차

기적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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