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월남전에 참전했던 아버지는
헬기는 많이 타봤는데 비행기는
한 번도 못 타봤다고 했다.
'그럼, 월남에는 어떻게 가셨어요?'
아버지는 내 물음에
'배를 타고 가고 배를 타고 왔지'라며 그 때를 회상한다.
어린시절,
하늘에 비행기만 지나가면
아빠가 탄 줄 알고 좋아했는데
그것이 아니라니 실망이었다.
한참 뒤 고치지못할 병에 걸려 생기를 잃으신 뒤
아버지는 어머니께 비행기를
타고 싶다고 하셨다.
어머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 후 아버지는
어쩌다 한 자리가 비게 된
제주도 관광팀에 끼게 되어
한 번도 못 타보셨다는 비행기를
결국은 타보셨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타는
비행기는 어떠셨을까?
관광으로 멀리 가본데라곤
신혼 여행때 갔다는 경주밖에 없던 사내가
제주도는 어떠셨을까?
혹시 난생처음 가는 공항에서
헤매진 않으셨을까?
거기서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그리고, 그리고........
나는 왜 그때 그런 사소한 것들을
물어보지 않았을까?
잠깐의 따뜻함도 보여주지 못했을까?
지금 나는 다만,
그가 그 시간을 즐겁게 보냈길,
경이롭게 보냈길 바랄 뿐이지만
이제와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래서 가끔 이런 생각이 들 때면
아버지 것과 내 것까지
두 배가 슬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