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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덕 Oct 06. 2023

철이 들었다

또는 덜 들었다


철이 들었다
팔을


철이 들었다
총을


철이 들었다
손을



시작부터 철없는 농담으로 분위기를 썰렁하게 만들어 죄송합니다.

'철'로 이야기를 하자니 자연스레 '철이'가 생각나 실없는 농담을 던져봤습니다.

너른 마음으로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살아오면서 철이 없다 혹은 철이 있다라는 말을 간간히 듣곤 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어떤 때는 철든 인간이 되었다가 또 어떤 때는 철없는 인간이 되기도 했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도 내가 철이 든 건지 안 든 건지 정확히 잘 모르겠다. 아마도 어떤 부분에선 철이 좀 들었을 것이고 어떤 부분에선 덜 들었다고 두리뭉실하게 말할 수 있으리라.

그런데 '철'이란 뭘까?

굳이 설명을 하지 않아도 한국 문화에서 자란 한국인이라면 그 의미를 모두 알고 있을 것이다.

농담을 조금만 더 해보자면 철(Iron)은 무거우니 철이 들면 사람이 좀 묵직해진다고도 할 수 있겠다. 말장난이긴 하지만 의미를 생각해 보면 아주 틀린 비유는 아니다.

흔히 '어른스러워졌다'는걸 '철이 들었다'라고 이야기한다. 책임감이 생기고, 해야 할 것과 하지 않을 것을 구분해 내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며 어려운 이를 돕고 아닌 것을 아니라고 할 수 있는 용기를 내며 타인을 해하지 않는 것 등을 우리는 '철이 들었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선뜻 보아 자못 이기적으로 보일 수 있는 모습을 가지는 것도 철이 들었다고 얘기하기도 한다.

'내 것을 먼저 챙기는 것', '피해가 돌아올게 예상되는 일에서 한 발 물러서는 것', '관계에 대해 어느 정도 계산적으로 접근하는 것', '불확실한 미래를 꿈꾸는 것보단 현실적 안정을 우선으로 선택하는 것'등 자신에 대한 피해와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것을 두고도 철이 들었다고 하기도 한다.

좀 더 직접적인 비유를 들어 얘기하기도 한다.

'결혼을 해야 철이 든다', '아이를 낳아야 철이 든다', '아이를 키워봐야 철이 든다', '고생을 해봐야 철이 든다', '아파봐야 철이 든다', '이별을 해야 철이 든다', '돈을 벌어봐야 철이 든다', '이렇게 해야 철이 든다', '저렇게 해야 철이 든다'......

맞는 말이다. 좋은 말이다.

그리고 그 말들을 좀 더 들여다보면 공통점이 보인다.


아픔을 겪어봐야 한다는 것. 고난과 고통, 역경을 지나 봐야 한다는 것.

자신의 한계에 부딪쳐보는 것. 때론 한계를 넘어서는 역경에 직면해 보는 것.

실수를 해보는 것. 실패를 해보는 것. 실수와 실패 속에도 다시 일어서 보는 것.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것. 짐이 되는 것. 타인과 불화와 다툼을 해보는 것. 그 가운데서 혹은 그 끝에서 마침내 사랑을 발견하는 것.

내가 먹은 나쁜 마음과 내가 뱉은 나쁜 말들이 결코 내가 가진 본성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

저곳에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곳을 지나쳐야 한다는 것.

위기 속에 기회가 있음을, 절규 속에 평온함이 숨어있음을, 비참함 속에 자긍심이 숨어있음을, 절망과 희망은 언제나 짝이라는 걸 알아차리는 것.

무엇보다 따뜻한 마음을 잃지 않는 것. 잃었다 해도 용기를 내어 다시 찾는 것.

그렇게 '하나의 온전한 인격체로서 타인과 사회와 그 너머의 모든 것들과 어우러져 살아가는 사람'이 되고자 하는 것......



그러고 보니 '철이 든다는 건' '참 따뜻해진다'는 말과도 같은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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