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덕 Oct 02. 2023

다이어트가 뭐지?

who`s that diet?


추석 연휴가 지나고 있을 즈음 문득 복부가 묵직해진 기분이 들었다. 익숙하면서도 생소한 그 느낌에 고개를 숙여 아래를 보니 동그스럼하고 말랑말랑한 사랑스런 뱃살이 눈에 들어왔다.


"여~ 반가워. 오랜만이야"


그래 며칠간 많이 먹긴 먹었다. 추석 음식이 넘쳐날리 만무한 우리 집이지만 먹을게 어디 추석 음식뿐이랴. 마트와 슈퍼, 식당, 배달 음식점등 먹을 건 차고 넘치는 게 요즘이니 마음만 먹는다면 1년 365일 24시간 먹거리를 구할 걱정이 없는 게 바로 현대 사회 아닌가. 그런 현대 사회에서 쉬는 날을 맞이해 한 것이라곤 집안을 뒹굴거리며 먹고 자고 (영화)보는일 밖에 없었으니 내 뱃살이 사랑스러워진 것도 전혀 이상할 일이 아니다.


'아... 다이어트 좀 해야겠다'

하지만 사랑스럽다는 마음과 달리 제법 묵직해진 뱃살을 보며 반사적으로 다이어트가 생각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다이어트. 그래 diet 말이다.

그런데 다이어트가 도대체 뭘까?

내 것이 아닌 듯 네 것 같은 내 것인 뱃살을 바라보거나 평소 입던 옷들이 꽉 끼게 될 때면 자동적으로 생각나는 이 다이어트란 말의 정체가 뭔지 새삼스레 의문이 들었다.




“확실히 빼 드립니다”

“뼈만 남기고 다 빼드림”

“한 달 내 무조건 20kg 감량”

“안 빠지면 100% 환불”

"너는 운동할 때가 제일 예뻐"


운동센터 같은 곳을 지나다 보면 흔히 볼 수 있는 다이어트에 대한 자극적인 광고를 볼 때마다 늘 뭔가 이상하면서도 불편한 느낌이 있었다. 그렇지만 내 느낌과는 상관없이 많은 곳에서 저런 카피가 사용되는 걸 보면 살을 뺀다는 걸 강조하는 광고가 사람을 모으는 웬만큼의 효과는 있는듯하다. 요즘은 저런 식의 카피 대신 '특별함' 혹은 '럭셔리함?'을 강조하는 카피들이 많아진 것 같지만 여전히 살을 뺀다는 걸 제1의 전제로 삼고 있다는 건 변함이 없다.

살을 빼기 위해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은 주변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방법도 다양하다.

헬스, PT, 요가, 홈트, 필라테스, 줌바댄스 같은 몸을 움직이는 것뿐 아니라 다양한 식이요법, 건강 보조제, 약물, 병원, 수술 등의 방법으로 다이어트를 한다. 그러니깐 운동, 식이요법, 약물, 수술등의 방법으로 살을 빼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이어트 = 살 빼기 인가?



아마 맞을 것이다. 뜻이 맞다는 얘기가 아니라 적어도 주변에서 '다이어트'라는 단어를 사용할 땐 거의 '살을 뺀다'와 동의어로 사용한다는 얘기다. 나 역시도 누군가 다이어트를 한다고 하면, '아 살을 빼려고 하는구나'하고 반사적으로 생각하게 되고 사랑스런 내 뱃살을 잡아보며 들었던 생각도, 문장은 '다이어트'였지만 의미는 '뱃살을 뺀다'였었다. 물론 '감량을 한다'라는 좀 더 세련된(?) 문장도 있지만 사실 다이어트를 광고하고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의 입장에선 '살'을 '뺀다'가 더 정확한 뜻일 것이다.


그렇지만 diet는 정말 '살을 뺀다' 혹은 '감량을 한다'와 동의어일까?

그래서 네이버 어학 사전을 찾아봤다.


diet
명사: (어떤 사람이 일상적으로 취하는) 식사, 식습관, 규정식
동사: 식이요법을 하다, 규정식을 먹다


영어 사전엔 dite에 대한 정의가 대체로 위와 같이 상술되어 있다.

영어권 생활자가 아니라 어떤 뉘앙스로 dite를 쓰는지 정확히 알 순 없지만 미국 영화나 드라마를 생각하면 dite는 대체로 '올바른 식습관을 위한 식사' 혹은 '올바른 식이요법' 정도가 아닐까 추측해 본다.

이번엔 어원을 찾아봤다.

dite의 어원은 그리스어 diaitan에서 비롯되었는데 diatan은 dia- + ainysthai 가 합쳐진 말이다.

여기서 dia- 는 '분리된'이란 뜻의 접두사이며 ainysthai는 '가져오다', '주다'라는 뜻이다.

그러니 diatan은 '(음식을) 분리해서 가져오다', '분리해서 주다'라는 뜻 정도가 될 것이다.

이 말은 식사를 낼 때 한 가지가 아니라 여러 가지로 나누어 제공한다라는 뜻으로 추측할 수도 있을 것이고 일반적인 음식과는 다른 어떤 '특별한 음식'을 의미하는 것으로 추측할 수도 있을 것이다.

diatan은 라틴어로 넘어가 '하루의 일, 하루 식사 비용, 하루의 음식'이란 뜻의 'dieta'가 된다.

dieta는 다시 13세기 프랑스로 건너가 '정규식사'라는 뜻의 'diete'가 되고 이것이 현대로 이어져 'diet'가 되었다. 14세기 후반부터는 이러한 뜻 외에도 '의학 규칙에 따른 음식 과정', '음식의 효과와 관련된 음식' 같은 뜻도 더해졌다고 하며 '특정 음식의 제한'을 의미하기도 했다고 한다.

물론 어원이란 게 이렇게 간단히 서술할만한 문제는 아니지만 아무튼 diet의 뜻을 풀어 추려보면 '제대로 차려 먹는 식사' 혹은 '영양적 균형이 갖춰진 식사' 정도로 해석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현대에서 사용하는 '칼로리 감소'라는 형용사적 의미는 1963년 Diet Coke가 등장하면서 처음으로 미국 영어에 쓰였다고 한다.


그렇다면 왜 이런 '제대로 된 식사' 또는 '영양이 갖춰진 식사'라는 느낌의 단어가 필요했을까?

그냥 대충 meal로 퉁치면 안 되었을까? good meal, nice meal, better meal 같은 걸로 말이다.

(하고 보니 좀 멍청한 질문 같긴 하다...)

아마 그것은 '건강'을 위해서였을 것이다. meal이 아닌 diet가 필요했던 건 '건강한 상태를 유지' 하기 위해서나 '건강한 상태로 되돌아가기'위해서였을 거라고 추측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다이어트 = '건강을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이어트의 본래 목적, 그리고 목표는 건강이다. 살을 빼는 것이 아니다.

살을 빼는 것은 '건강'이란 목적으로 가는 길에 얻어지는, 혹은 건강이란 목표에 다다를수록 얻게 되는 하나의 부산물일 뿐이다.

물론 칼로리 감소라는 형용사적 의미도 들어있지만 칼로리 감소 역시 그것이 목표하는 것은 '건강'이다.

몸이 건강해지면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

많은 일들이 일어날 것이다.

기분이 좋아질 것이고, 하루종일 활기가 넘칠 것이고, 매일 밤 편안히 잠자리에 들게 될 것이다. 감량이 되는 건 물론이다. 그 밖에도 많은 일들이 지금보다는 훨씬 더 좋아질 것이다.

그러니 '감량'만을 위해 다이어트를 한다는 건 뭔가 좀 손해 보는 느낌 아닌가?

그것보다 훨씬 더 큰 목표인 '건강'을 위해서 다이어트를 한다는 게 보다 더 정확하고 힘이 나는 표현이 아닐까?

건강을 위해 식단을 조절하고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하는 게 좀 더 맞는 방향이 아닐까?

슬림한 몸매, 보기 좋은 근육, 연예인과 같은 체형을 지향하는 것도 좋겠지만 '내가 가장 건강한 상태', '내가 가장 기분 좋은 상태'가 훨씬 더 나에게 이롭지 않을까?

그리고 운동센터나 각종 다이어트 광고들도 '감량'이나 '보기 좋은 몸매'만을 내세울게 아니라 건강이 주는 진정한 혜택들을 내세워야 되지 않을까?






글의 부제인 who`s that diet는 '변호사 쉬헐크'의 OST로 쓰인 who`s that girl 을 차용했다.

건강해지는 건 신나는 일이니 신나는 기분으로 다이어트를 해야 하지 않나 해서.

https://youtu.be/vBv4d_11-eo



그런데 글을 마무리하자니 또 하나 의문이 든다.

많은 업체들이 내세운 광고의 카피처럼 모두가 완벽한 다이어트를 해낸다면 이후 그 수많은 업체들은 무얼 먹고살까?


매거진의 이전글 안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