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09월 13일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가 했던 부끄러운 일들이 문득 생각났다.
살아오며 저질렀던 수많은 과오들. 시기와 질투와 미움에 휩싸이고 분노에 사로잡혀 행동했던 어리석은 순간들. 잊은듯 싶다가도 어느샌가 불현듯 떠올라 수치와 고통을 주는 나의 죄악들.
나는 몰랐다. 삶에 있어 선악은 무의미하며 모든 것은 순간이니 지나면 그뿐인 줄 알았다. 하지만 행동은 습관이 되었고 습관은 각인이 되어 나를 점점 어둡고 흉측하게 빚어갔다.
아무도 모르면 그만이란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내가 행한 모든 일들 중 아무도 모르는 일이란 단 하나도 없었다. 어떤 일이든 어떤 행동이든 변하지 않는 단 한 사람, '나'는 반드시 그것을 경험했고 알고 있었다. 지금의 행동은 과거가 되고 미래가 되어 현재의 '나'를 만들어갔다.
그것이 '업'이다. 과거가 된 '업'은 영원히 변치 않는 시간의 박제가 되어 유령처럼 머무르다 어느 순간 튀어나와 나를 괴롭게 하고 질겁케 하며 찢어지는 목소리로 웃어댄다. 그것은 징벌이다. 미래가 된 '업'은 나를 혼탁케 하고 뾰족케하여 나를 비롯한 온갖 것들에 상처를 니며 파멸에 이르게 한다. 그것은 저주이다.
나는 그걸 왜 몰랐을까?
모든 것은 나에게서 나와 나에게로 돌아옴을.
왜 아무도 그런 얘기를 해주지 않았을까?
미움과 분노가 가득할수록 자유를 잃는다는 걸.
아니다. 누군가는 얘기해 주었을 것이다.
그것이 아니라면 어느 책의 귀퉁이에서라도 읽었었을 것이다.
산과 바람이 들려줬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알아차리고 받아들일 만큼 지혜롭지 못했던 것이다. 어리석었던 것이다.
지나온 일들이 사라지진 않는다.
참회도 구원을 주진 못한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징벌을 받으며 저주의 길을 걸어가면서도 더 이상의 악행을 늘리지 않는 것. 더 이상의 악행과 어리석음이 내 삶에 더해지지 않길 기도하는 것. 선의를 가지고 살아가는 것. 지금을 잘 살아내는 것. 그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