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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수

2020년 09월 09일

by 천우주

석 달 동안 세 번의 월세 계약을 하고 두 번의 이사를 했다.

올해는 무슨 이동수가 이리 많은지 모르겠다.


첫 번째는 계약금을 지불한 상태에서 급작스레 직장 상황이 바뀌게 되어 계약금도 돌려받지 못하고 끝나버렸고 두 번째는 정상적으로 이사까지 하여 살고 있는 상황에서 또 갑자기 근무지가 바뀌게 되어 어쩔 수 없이 이사를 해야 했다.

거기다 퇴거 후 청소 비용과 새 입주자가 나타날 때까지의 월세도 부담을 해야 한다.

플러스로 새 입주자 계약 시 지불되는 부동산 중개료도 위약금 형태로 내야 한다.

세 번째 계약은 바로 어제 이루어졌다.


짧은 시간 안에 이동을 이리 해대니 손실이 만만치가 않다.

첫 번째 월세의 계약금에 두 번째 월세의 위약금까지 금전적 손실도 크고 직장에서의 발령도 두세 번 바뀌어 버리니 마음까지 피폐해진다.

그러다 보니 부동산과 건물주들에게 미운 마음이 먼저 든다.

물론 월세 계약서에 위약에 관한 내용들도 명시되어 있었고 계약 시 부동산에서 구두로도 고지를 받았던 바이다. 하지만 그때야 위약할 일이 뭐 있겠냐 싶어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나고 보니 억울한 마음도 든다.

임대인과 임차인 중 약자는 임차인인데 법이 유독 임차인에게만 가혹한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임대인의 입장에선 또 다를 것이다.

그들도 자신이 노력해 이룬 재산을 걸고 하는 일이니 그에 따른 안전장치가 있어야 할 것이고 많은 사람이 오가는 업이다 보니 내가 모르는 피해들도 많이 입을 것이다.

그리 생각하니 명시된 계약을 지키냐 아니냐가 중요한 것이지 누가 더 이익이니 손해니 따지는 건 무의미한 것 같다. 또한 계약을 못 지킨 건 나이니 그에 따른 일들은 내가 감당할 수밖에.

아무튼 이미 벌어진 일이다.

마음이 쓰린 건 쓰린 거고 계약에 명시된 일이고 나도 인지했던 부분이니 이 사이엔 어떤 흑막도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내가 입는 손해를 최소화하는 것. 그러기 위해선 두 번째 계약한 방에 하루빨리 세입자가 들어오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적어도 올해엔 네 번째 계약은 없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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