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anything happens I love You
감독: 윌 멕코맥, 마이클 고비에
러닝타임: 13분
제공: 넷플릭스
러닝타임이 짧다는 이유로 시청하게 된 영화였지만 영화가 주는 여운은 결코 짧지 않았다.
대사 없이 오로지 영상으로만 이야기를 전하는 이 작품은 부천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특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영화는 재해와도 같은 불행에 휘말린 어느 가족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영화를 보는 동안 '누구도 타인에게 저런 슬픔을 줄 권리는 없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어떤 사람, 어떤 이유로도 타인의 사랑하는 사람을 앗아갈 수 없다.
그것은 분명 인간이 행하는 가장 잔혹한 행위 중 하나이리라.
하지만 시련은 누구에게 언제라도 닥치는 것.
그래서 영화를 보는 동안 들었던 또 하나의 생각은 시련과 슬픔을 넘어 나아가는 것도 살아가는 생명의 숙명이란 생각이었다.
이 메시지가 영상으로 나올 때 나도 모르게 눈물이 터져 나왔다.
아이가 마지막에 떠올린건 두려움도 원망도 분노도 아니었다. '사랑'이었다.
눈앞의 광경도, 곧 닥칠 잔혹한 일도 중요하지 않았다.
살고 죽는 것도 중요치 않았다.
그가 바란 건 자신이 그들을 사랑했음을, 오직 그러했음을 알리고 싶은 것, 그것만이 중요했다.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나를 사랑하는 존재가 있다면 우리의 삶을 미움과 원망으로 채워나갈 이유가 있을까?
나 역시 누군가를 그렇게 사랑한다면 세상이 아름다움으로 가득 차 있다는 걸 부정할 수 있을까?
점점 나이를 먹어가고 있는 지금, 나는 사랑하고 있는 누군가를 잊고 있진 않은지. 내가 사랑받고 있다는 걸 잊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