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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덕 Jul 03. 2024

씬(The Sin) 2024

스포일러는 없답니다.


출처: https://moviestory.cgv.co.kr/fanpage/mainView?movieIdx=88122

감독: 한동석

출연: 김윤혜, 송이재, 박지훈, 이상아 외

러닝타임: 103분

관람등급: 15세 이상


심연의 가장 깊은 죄가 깨어난다!
실험적 요소로 내로라하는 해외 유수 영화제에서 이름을 알린 유명 감독 ‘휘욱’은 춤을 소재로 한 새로운 작품 촬영을 위해 신인 배우 ‘시영’, ‘채윤’과 함께 폐교 옥상에서 촬영을 시작한다.
파격적이고 거친 동작의 춤사위로 촬영이 시작되자 이내 배우와 제작진들은 오묘한 기운에 휩싸이고 촬영 현장은 순식간에 아비규환이 되어 버린다.
그리고, 깨어나지 말아야 할 존재 ‘그것’과 마주하게 되는데…


....... 란 줄거리를 가지고 있는 영화 씬.

근데.... 제목을 왜 '씬'이라 지었을까? 줄거리를 보면 영화를 촬영하다 호러스런 일이 벌어지는 것 같으니 영화의 씬(scene)과 죄의 씬(sin)의 중의적 의미인가 싶기도 하고 한글로 '씬'을 써놓은 모양새가 'ㅅ'을 두 개 붙여 놓은 듯하니 토속신이 둘이 나오나 싶기도 한데 참 애매모호하고 난감백백해 무슨 의도로 저런 제목을 붙였는지 알 수 없다. 아님 영어 제목이 '더 씬'이니 더 씬 놈이 나온다는 건가? 모르겠다....

줄거리와 제목만으로도 '재미'의 기운이 그닥 느껴지지 않아 볼 마음이 들지 않았지만 그래도 계절이 계절인지라 한 번 시청해 보기로 했다. 마음 가득 의구심을 품고.


영화는..... 초반부터 지루하다. 별다른 상황 설명 없이 뜬금없이 배우들이 툭툭 나와 이해되지 않는 행동을 한다. 뭔가 비밀이 있는 것 같긴 한데 알고 싶지도, 궁금하지도 않다. 미디어를 잘 보지 않아 그런지 배우들도 하나같이 낯설다. 낯선 배우들은 그렇다 쳐도 대사도 상황도 화면도 모두 어색하다. 심지어 소품도 어색하고 배경도 어색하고 촬영 장소도 어색하다. 영락없는 B급 영화.

B급 영화를 싫어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좋아한다. B급도 좋고 어색하고 이해되지 않는 불친절한 상황도 괜찮다. 그런데 문제는 지루하다는 거다. 저예산이라 그런가 싶기도 하지만 그렇게 저예산인 것 같지도 않다. 그냥 총체적으로 어색하다. 주인공이 몇 번인가 '쉬바르'라고 욕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상황에 어울리지 않게 툭툭 나오기에 흐름을 좍좍 끊어먹는다. 젊은 세대를 표현한다는 게 고작 욕인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배우들은 의외로 매력 있었다. 하지만 뭔가 영화와 동화되지 않는 매력이다. 주연 같은 이미지지만 주연 같지 않은 이미지의 주연. 조연 같은 이미지지만 조연 같지 않은 이미지의 조연. 캐릭터들은 처음부터 제각각 따로 놀고 혼자만 살아남으려 바쁘다. 거기다 출연자 모두 시큰둥하다. 마치 억지로 영화를 찍는 것처럼. 일부러 그렇게 했는지 만들어 놓고 보니 그런지 종잡을 수 없다. 배우와 상황과 화면과 스토리가 모두 따로 논다. 그러니 지루하지.


'내가 이걸 다 봐야 하나? 뭐 빙의 어쩌고가 돼서 사람들을 죽이고, 악령을 쫓고 뭐 그런 스토리 같은데 끝까지 볼 거 있겠어?'


이런 고민이 들었지만 춤사위 장면이 나오면서 조금 재밌어지기 시작했다. 배우들이 무용을 전공했는진 모르겠지만 몸놀림이 예사롭지 않았다. 다른 건 몰라도 감독이 춤사위만큼은 정성을 다해 촬영한 듯했다. 춤사위 장면을 보며 문득 Sia의 뮤직 비디오에 매디 저글러(Maddie Ziegler)가 생각났다.

https://youtu.be/2vjPBrBU-TM?si=0WsNQeopbWDX3yQy


춤사위 장면은 흥미로웠다. 그런데 그것뿐, 별반 재밌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애써 만든 춤사위 장면을 설명도 없고 개연성도 없는 장면들이 툭툭 끊어놓는다.


'그래, 이만하면 많이 봤다. 그만 보자'


그렇게 시청을 포기하려 했다.



그. 러. 나.


갑자기 장르가 휙 바뀌고 이야기가 빠르게 달라진다. 호러 오컬트물이라 생각했는데 아니다.

그렇게 이야기가 전개되는가 싶더니 장르가 또 바뀐다.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고 이야기도 새로워진다. 어색함은 여전하고 개연성도 여전히 이상하지만 예상치 못한 이야기들이 나오니 그걸 쫓아가는데 바빠 그런 것들이 별로 신경 쓰이지 않는다. 그리고 장르가 다시 바뀌고 인물이 바뀌고 스토리가 바뀌고 그 일부는 앞의 이야기와 연결이 된다. 감독은 도대체 몇 개의 장르를 이 영화에 때려 넣은 건가?

내 생각이지만 필시 감독은 영화를 편집하는 내내 속으로 웃고 있었을 것이다. 어색하고 이상하다는 걸 다 알면서도 '어디 맛 좀 봐라'하는 마음으로 재미를 꽁꽁 숨겨두고 장르와 이야기를 바꿔나가며 슬며시 미소 짓는 모습이 떠오른다. 그러다 결말에 이르러 다시 장르가 하나 더 추가된다. 반전도 있지만 나는 반전보다 마지막 설정에 짜릿함을 느꼈다.


장르가 휙휙 바뀌는 모습을 보며 로버트 로드리게즈의 '황혼에서 새벽까지'와 기타무라 류헤이의 '버수스'가 생각났다.

출처: 씨네 21


추측컨데 감독은 로드리게즈와 류헤이를 좋아할 것이다. 그리고 B급 영화도 좋아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영화를 만들었을리가!!!

하지만 위의 영화와 달리 코믹성은 없다.(어색함을 코믹 효과로 넣은거라면 몰라도..)

게다가 전반적 분위기가 어둡고 무겁다.

분위기 만으론 곡성의 B급 버전이라고나 할까?

(그래서 이 영화를 딱 B급 영화라 규정짓기도 좀 애매하다...)


영화 씬.

앞서 지루하다느니 어색하다느니 말했지만 결론은


흥미롭고 재미있다.


영화를 보고 나니 어색했던 장면들과 행동들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다. 주인공의 '쉬바르'도 이해가 되었다. 그렇다고 어색하고 지루했던 장면들이 없어지진 않지만 이 영화는 그런 건 중요치 않다. 그저 휙휙 바뀌는 장르와 이야기를 따라가며 즐기면 된다. 마치 놀이공원에서 사파리 열차를 탄 것처럼. 아마 감독도 그런 생각이지 않았을까?

혹시 무서울까 걱정된다면 그러지 않아도 된다. 이 영화는 무섭지 않다. 포스터와 줄거리는 마치 공포물인양 위장했지만 이 영화는 실은 종합 장르 선물세트인 영화다. 다만 15세 이상 관람가임에도 다소 잔인한 장면이 나오니 시청엔 약간 주의가 필요할 듯하다.

영화의 마지막에선 2편을 예고하는데 꼭 2편이 나오길 기대해 본다.

감독이 이 영화를 어디로 끌고 갈 건지, 어디까지 끌고 갈 건지 보고 싶다.



마지막 장면을 보고 나니 왠지 시라이시 코지 감독의 '컬트'가 생각났다.

출처: 네이버 영화





 

마지막으로...

오랜만에 나온 상아 누님.

영화의 분위기와 퀄리티를 확 살려놓으시는데 정말 멋있으시다.

표정이면 표정, 톤이면 톤, 분위기면 분위기 뭐 하나 빠지시는 게 없다.


출처: https://moviestory.cgv.co.kr/fanpage/mainView?movieIdx=88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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