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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초코와 미역국

2024년 12월 18일

by 천우주


올 겨울 들어 밤마다 핫초코를 한 잔씩 마신다.

전지분유와 코코아 가루를 넣고 팔팔 끓인 물을 부어 휘휘 저어 마시는데, 이렇게 마시면 우유의 부드러움과 코코아의 진함이 뜨거움과 어우러져 몸도 마음도 사르르 풀어지는 기막힌 맛이 난다.

올 겨울 전만 하더라도 핫초코는 내가 좋아하는 음료가 아니었다. 그런데 우연히 집에 있는 전지분유와 코코아 가루를 섞어 핫초코를 만들어 마셔보니 왜 사람들이 겨울이면 핫초코를 그렇게 즐겨 찾는지 단박 이해가 되었다. 요즘은 이 맛에 빠져 날마다 한두 잔씩 마시고 있다. 특히나 지금처럼 쌀쌀한 날씨엔 정말 제격이다. 지금도 핫초코를 마시며 자판을 토닥거린다.


그리고 생일날도 아니건만 미역국도 먹었다.

미역국은 미역국인데 소고기나 가자미를 넣고 푹 끓여낸 부드럽고 뜨끈한 미역국은 아니다. 아마 오늘 나처럼 미역국이 아닌 미역국을 드신 분들이 많으시리라 짐작한다.

도대체 무슨 미역국이길래 미역국도 아닌 미역국이고 게다가 많은 사람들이 같은 걸 먹었으리라 짐작하는 걸까?

바로 브런치 미역국이다.


그렇다. 내가 얘기하는 미역국은 '브런치 공모전'에 도전했다 미끄러진 것을 말하는 것이다.

애초 당선의 기대는 없었지만 나름의 공을 들인 글이었기에 약간은 씁쓸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실망하진 않는다. 이번 도전으로 내가 쓰는 글에 대해 좀 더 생각해 보게 되었고 부족한 부분들에 대해서도 보다 담담하게 볼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실 저번달부터 브런치에 올린 지난 글들을 하나하나씩 수정해가고 있다.

대개가 그때그때 떠오르는 생각들을 써 내려간 비문들이라 퇴고가 필요하다는 생각은 여러 번 했었지만 그동안 이런저런 핑계로 미루고만 있다 얼마 전부터 손을 대기 시작했다. 아직 10분의 1도 못했지만 봄이 오기 전까진 다해볼 생각이다.

퇴고를 하면서 얻은 게 많다. 예전엔 몰랐던 내 글의 부족한 점도 많이 알게 되었고 또 괜찮은 점도 알게 되었다. 거기다 어떤 글을 쓰고 싶어 하는지, 어떻게 글을 써야 할 것인지도 매번 생각하게 된다. 그것만 해도 큰 소득이라 여긴다.

브런치 미역국도 그렇다.

부드럽고 뜨끈한 미역국과는 달리 아주 조금 씁쓸한 맛이 있기는 하지만 맛도 좋고 몸에도 좋은 건 매한가지다. 미역국이란 그런 음식이다. 그렇기에 세상에서 가장 놀라운 기적을 일으킨 산모도 먹고, 무엇보다 특별한 날인 생일날도 먹는 것이다.

나는 오늘 브런치가 주는 미역국을 감사의 마음으로 맛있게 잘 먹었다. 덕분에 나는 조금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을 것이다. 내년의 공모전엔 보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 것이다.


퇴고도 하고 있지만 쓸 글들도 많다. 오늘도 재밌는 글감 하나를 찾아내었다. 이렇게 쌓여가는 내 안의 많은 재밌는 얘기들을 더욱 재밌게 글로 풀어내 많은 사람들과 함께 나누며 세상에 온기를 조금이라도 보태고 싶다.






오늘 미역국을 드신 많은 분들에게 수고하셨고 잘하셨다는 말을 전하려 한다.

쓰는 것이 좋아 쓰는 것이니 계속 함께 써나가자는 말을 전하려 한다.

글은 곧 따뜻함이니 서로의 따뜻함이 널리 많이 퍼졌으면 좋겠다.

핫초코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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