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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썹달은 방긋달

2025년 04월 01일

by 천우주


집으로 돌아오는 길, 문득 본 하늘에 눈썹달이 걸려있다.

어스름 넘어가는 감청색 짙은 하늘에 새겨진 조그맣고 확실한 틈.

그 틈 사이로 우주의 본래 빛이 환하게 쏟아진다.

눈썹달.

누가 지었는지 이름도 참 잘 지었다.

한치의 삐뚜름도 없이 곱디 곧게 휘어진 달. 조그맣고 가늘게, 그러나 확실하게 휘어진 달.

그 달이 웃고 있다.

작고 가만히 빙긋거리며 미소 짓는다.

조그만 틈 사이로 우주의 본래 빛을 환하게 내보이며.

달을 보며 나도 잠시 미소 짓는다. 그리고 생각한다.

내 미소도 저처럼 환한 빛을 낼까? 내 안에 빛을 저렇게 드러낼까?


눈썹달은 방긋달이다.

바로 보아도 방긋달이고 거꾸로 보아도 방긋달이다.

못 믿는 사람을 위해 사진 위로 그림을 그려봤다.

IMG_9153.jpe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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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달.

오늘은 참 방긋거리는 날이다.

언젠가 내 미소도 저처럼 빛이나길 가만히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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