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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스마일

2024년 05월 04일

by 천우주


하나 둘 셋!! 스마일~~

햇살을 받으며 말없이 걷다 저만치 앞에서 하늘대고 있는 희고 복슬한 솜털들이 눈에 띄었다. 거리는 멀었지만 척 봐도 민들레 홀씨들.

가만히 다가가 5월의 바람에 기대어 이리저리 흔들리는 홀씨들을 보자니 꼭 귀여운 강아지 같기도 하다. 그런데 어라? 홀씨 둘이 눈이 되어 빤한 얼굴로 나를 본다.

나는 홀씨를 보고, 홀씨는 나를 보며 그렇게 서로의 호기심을 교환한다. 호기심 가득 동그란 눈이 어쩐지 우습고 어쩐지 천진해 슬며시 웃어주었다. 그리고 홀씨도 웃는다.

스마일.

나는 그저 주위에 떨어진 풀대를 찾아 거들었을 뿐 홀씨는 분명 웃었다. 세상 천진한 미소로.





5월이다. 연두가 자라나며 산과 들이 싱그런 연둣빛에 풍성해진다. 추위는 쌀쌀함으로 변했고 그 쌀쌀함마저 새벽녘 어스름 찰나 속에 숨었다. 이제는 따뜻함이 하루의 절반을 훌쩍 넘어 유지된다. 따뜻해진 날씨만큼 사람들도 가벼워졌다. 보다 편하게 보다 즐겁게 얘기한다. 길어진 낮만큼 사람들의 경쾌함도 늦도록 계속된다. 따뜻하고 밝고 즐거운 계절이다.

하지만 어디 따뜻함과 즐거움만 있겠는가.

귀엽고 복슬거리는 홀씨는 누군가에겐 알러지가 되고 어딘가의 논과 밭에선 뽑아야 할 잡초가 된다. 이맘때 불어오는 강한 바람은 생명을 실어 나르기도 하지만 누군가에겐 또 무언가에겐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되기도 한다. 많은 이가 즐거운 계절이지만 어떤 이에겐 불행한 계절이기도 하다. 즐거움이 괴로움이 되기도 하고 괴로움이 즐거움이 되기도 한다. 좋은 것에도 나쁜 것은 있고 나쁜 것에도 좋은 것은 있다.

모든 건 흐르고 모든 건 지난다. 할 수 있는 건 지금을 살아내는 것. 오늘의 웃음이 내일의 슬픔이 될 수도 있지만 웃음은 웃음대로 슬픔은 슬픔대로 살아내는 것. 그러나 그 속에 ’경이‘가 숨어있음을 잊지 않는 것. 서로의 사랑으로 살아가고 있음을 잠시라도 알아채는 것. 누군가의 무언가의 따뜻함이 있었기에 지금을 살아내고 있음을 알아채는 것.

홀씨와 미소를 주고받으며 그런 생각을 했었다

5월.

봄이다. 연두와 햇살이 넘치는 싱그런 계절.

하지만 5월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속엔 여름도, 가을도, 겨울도 모두 있다.

그 모든 계절로 인해 봄이 될 수 있었고 5월이 될 수 있었다. 5월이 있기에 여름과 가을과 겨울이 있을 수 있고 나머지 열한 달이 있을 수 있다.

그렇게 내가 있다. 당신이 있기에 내가 있고 내가 있기에 당신이 있다.

그래서 나는 오늘 당신에게 스마일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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