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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덕 May 24. 2021

타박네

엄마의 옛날이야기


티비를 보던 엄마가 문득 나를 돌아보며 얘기했다.


"너 저 노래가 무슨 뜻인 줄 아니?"


"아뇨"








어렸을 때 일이다.

티비에서 흘러나온 노래에 관심이 없었던 나는 갑자기 던진 엄마의 질문이 자못 어리둥절했다.

그런 나와는 상관없이 어머니는 말을 이어갔다.


"옛날에 타박네라는 아이가 있었어. 근데 너무 어렸을 때 엄마가 돌아가셨지 뭐니.

타박네는 아직 너무 어려 죽음이 뭔지를 잘 몰랐단다.

그러던 어느 날 타박네가 엄마 젖이 너무 먹고 싶은 거야.

그래서 엄마를 불러봤지만 엄마는 대답도 없고 오지도 않았지.

결국 타박네는 울기 시작했어.

하지만 울어도 울어도 아무도 듣지 않고 아무도 오지 않았어.

그러다 문득 엄마가 잠들어 있는 곳이 생각이 났단다.

그래서 타박네는 엄마를 만나러 가야 한다고 생각했지.

그렇게 꼬마 타박네는 엄마 산소를 찾아가기로 마음먹고 울면서 길을 나단다.

그런데 가는 길에 동네 아주머니가 타박네를 본 거야.

조그만 꼬마애가 울먹이며 어딘가로 가는데 걱정이 되지 않겠니?

그래서 아주머니가 타박네에게


'타박네야 너 그렇게 울면서 어디 가니?'


'엄마 산소예요'


'엄마 산소에는 왜?'


'젖 먹으러요'


아주머니는 어린애가 저렇게 아무것도 모르고 엄마 산소로 간다니까 마음이 짠하기도 하고 걱정 되기도 해서 어떻게든 달래 돌아가게 하려고 했단다.

그래서 명태도 주려하고 가지도 주려고 하고 가는 길이 너무 험하고 위험해 못 간다고 말려도 봤지.

하지만 타박네는 다 싫었어.

평소 같으면 그렇게도 좋아하던 명태와 가지에 발길을 돌릴 법도 했고,

겁이 많아 험한 길이 무서워서라도 집으로 돌아갈 만도 했지만

그 날따라 타박네는 엄마의 젖이 그렇게 먹고 싶었고,무엇보다 엄마가 너무너무 보고 싶었지.

그래서 아주머니의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엄마 산소에 찾아갔단다.

거친 물도 건너고 험하디 험한 산도 오르며 그 먼길을 걸어 걸어 엄마 산소에 갔는데, 그곳엔 그토록 보고싶던 엄마는 없고 산소만 덩그러니 있었지.

험하고 먼길을 울며 걸어와 지치고 지쳤던 타박네는 엄마 무덤 앞에 털썩 주저 앉았어.

배도 고프고 목도 마르고 무엇보다 보고 싶은 엄마가 없어 또 눈물이 흐르려던 때 문득 옆을 보니 엄마 산소 옆에 참 예쁘고 맛있게 생긴 참외가 하나 열려 있었단다.

노오랗게 반짝이는 그 참외가 어찌 그리 맛있게 보이던지...

배도 고프고 목도 말랐던 타박네는 얼른 그 노오랗게 빛나는 참외를 따다 덥썩 물었는데 세상에...그 맛이 어찌나 달고 시원하던지.

무엇보다 그 맛은 바로 어렸을적 엄마가 자신에게 물려줬던 바로 그 젖 맛이었지....."

그래서 타박네는 엄마의 향기를 온 몸 가득 느끼면서 산소 옆에 스르르 누워 잠을 청했단다.

꿈 속에서 엄마를 만나기 위해.







그러면서 엄마는 '타박타박 타박네야~ '하며 시작하는 노래를 불러 줬었다.


자주는 아니었지만 가끔 엄마는 노래 가사에 관련된 이야기들을 한 번씩 해주셨다.

이 노래는 이런 사연이 있고 저 노래는 저런 사연이 있고.....

어린 기억에도 젊은 시절 엄마는 노래를 잘 부르는 축이셨다.

소녀 시절에는 가수를 꿈꾸기도 하셨다고 했다.

그리고 이야기도 곧잘 잘하셨다.

그냥 하는 이야기임에도 귀 기울이게 만드는 묘한 재주가 있으셨다.

아마 이야기꾼의 재능을 기지고 계셨나 보다.

물론 살아오시면서 그 재능들을 펼칠 기회는 없으셨지만 그래도 아직 내 기억에는 남아 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그때 엄마가 그 얘기를 하셨던 건 엄마의 '엄마', 그러니까 할머니가 생각나셔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할머니는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돌아가셔서 나는 할머니의 얼굴도 알지 못한다.

사진도 따로 없어 기억에도 할머니의 얼굴은 없다.

그렇지만 엄마는 기억하고 있다.

아마 문득 할머니가 보고 싶어 지셨을 것이다.

할 수만 있다면 타박네처럼 할머니의 무덤가에 찾아가 젖 맛이 나는 그 참외를 드시고 싶으셨을지도 모르겠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모두 아이다.

인생을 얼마나 살았든, 성공을 얼마나 했든, 우리는 누구나 엄마가 있는 아이들이다.

비록 그 기억이 아픈 기억일 순 있겠지만, 그럼에도 엄마를 아는 사람들은 문득문득 그 품으로 돌아가고 싶을 때가 있을 것이다.

아주아주 어린 시절, 우리가 아기였던 시절, 우리가 기억은 못하지만 작디작은 나의 몸뚱이를 소중히 받쳐 들고 안아주었던....

비록 우리가 머리로는 기억하진 못하지만 몸으로는 기억하고 있는 내 전부를 안전하고 편안하게 맡길 수 있던 그 시절 엄마의 품으로 돌아가고 싶은 적이 있을 것이다.




아래는 이야기에 소개되었던 타박네의 가사와 유튜브 링크이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 노래는 구전요로 서유석이 불러 인기가 있었던 노래였다.


타박타박 타박네야

너 어드메 울고 가니

우리 엄마 무덤가에

젖 먹으러 찾아간다


물이 깊어서 못 간단다

물 깊으면 헤엄치지

산이 높아서 못 간단다

산 높으면 기어가지


명태 줄라

명태 싫다

가지 줄라

가지 싫다

우리 엄마 젖을 다오

우리 엄마 젖을 다오


우리 엄마 무덤가에

기어 기어  와서 보니

빛깔 곱고 탐스러운

개똥참외 열렸길래


두 손으로 따서 들고

정신없이 먹어보니

우리 엄마 살아생전

내게 주던 젖 맛일세

https://youtu.be/a2w6Yvq88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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