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인간이다
감독: 스파이크 리
개봉: 2018
출연: 존 데이비드 워싱턴, 아담 드라이버, 로라 해리어 등
쿠 클럭스 클랜(Ku Klux Klan)이란 집단이 있다.
미국의 '백인우월주의 비밀 결사 단체', 약칭 KKK단이 바로 그들이다.
쿠 클럭스 클랜은 몰라도 KKK단이란 이름은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이들은 백인 이외의 모든 인종은 열등하다는 주장을 내세우며, 특히 흑인들에 대한 혐오와 탄압이 극심한 집단이다. 이들이 다른 인종, 특히 흑인에 대한 혐오가 강한 이유 중 하나는 그 시초가 미국 남북전쟁에서 패배한 남부민들로 구성되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폭력적 행태는 수많은 기록들로 확인할 수 있으며 상상을 초월하는 그 폭력성에 미국에서도 극단주의 테러 단체로 간주하고 있어 현재는 인종차별과 폭력적 탄압이란 상징적 모습만 남아있다.
영화는 이들이 아직 활동을 유지하고 있는 1970년대 미국의 콜로라도주 스프링스를 배경으로 진행된다.
이 영화가 기발한 점은 앞서 말했듯 흑인을 극도로 증오하는 집단인 KKK단에 바로 그 '흑인'이 가입하게 된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이다.
흑인을 증오하는 집단에 흑인이 가입한다니!!!
어차피 영화란 픽션이니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놀랍게도 이것은 실화에 바탕을 둔 이야기이다.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론 스톨워스(Ron Stallworth)는 도시 최초 흑인 경찰관으로 채용된 인물이며 KKK단의 불법적 활동을 수사하기 위해 백인을 가장해 위장 잠입을 시도한다.
영화는 아주 무겁지도, 아주 가볍지도 않게 흘러간다. 이렇듯 무거움과 가벼움의 균형을 아슬하게 유지해 나가는 게 정말 일품이다. 가벼워질라 하면 차별을 부각하여 무게를 잡고 무거워질라 하면 갈등들을 섞어내어 우스꽝스럽게 묘사함으로써 무게를 맞추는 식이다. 분명 감독의 감각이 탁월한 것이리라.
그렇다고 주제 의식을 놓치진 않는다. 블랙 코미디로 시종일관 아슬하게 균형을 유지해 가던 영화는 극의 후반부에서 KKK단의 입단식과 흑인 학생회가 주최한 노년의 흑인 운동가의 강연 장면을 번갈아 보여주며 긴장과 무게를 고조시킨다. 그러다 모든 이야기가 끝난 뒤 나오는 영상물(2017년 샬러츠빌 폭력사태)에서 지금까지의 균형 있는 연출들을 한 번에 뒤집어엎고 크고 무거운 방점을 찍어버린다. 마치 권투 선수가 경기 내 잽과 원투만 보여주다 마지막 라운드에야 비로소 숨겨둔 카운터를 날리는 것처럼.
영화를 본 후 이 영화는 결코 코미디 영화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블랙 코미디든 뭐든 말이다.
영화를 보고 난 후 감독의 말이 들리는 듯했다.
'
"어때? 재밌게 만들었지? 이 부분 좀 재밌지 않아? 웃기지 않아?"
"하하하!! 그래그래 재밌지? 그럴 줄 알았어"
.
.
.
"근데..........
우리는 이게 웃기지 않아. 재밌지 않아. 우리에겐 이 웃기는 상황이 현실이니까"
영화의 엔딩을 보며 나는 놀랐다.
무겁지 않게 흘러가서 적당히 끝난 줄 알았던 영화가 비로소 숨겨두었던 진실을 말했기 때문이고 그 진실이 충격적이었기 때문이다.
영화는 말한다.
우리는 모두 같은 인간일 뿐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