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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

2021년 05월 25일

by 천우주

벌써 1시간째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고 있다.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올라 넘쳐나지만 그것을 글로 바꿔내려니 허공에 산산이 흩어지고 만다.

엉켜버린 실타래를 망연자실 바라보는 기분이다.

그래도 안간힘을 다해 무엇이든 쓰려한다. 끊어지더라도 쓰려한다.

무슨 생각이 떠올랐더라?


조금씩 혼자임이 적응되어 간다는 것.

작은 목표들이 흐릿하게나마 보인다는 것.

살아올 만큼 살아왔지만 삶이 뭔지 아직도 모른다는 것.

부자가 되는 방법에 관한 것.

내가 가진 재능과 아무 재능도 없음에 관한 것.

조금씩 바꿔가는 소소한 일상 같은 것.

연속 8개월의 적자를 기록했다는 것.

희망이 희망인지 모르겠다는 것.

절망과 희망의 함수 같은 것.

그리고 이런 것. 저런 것. 아무것도 아닌 것.

형상되지 않는 형상 같은 것.

이 모든 걸 관통하여 엮을 수 있는 이야기.


이런 것들이 머릿속에 떠다니고 그걸 묶어 글을 만드려니 아무것도 아닌 글이 된다.


안간힘을 써보려 했지만 그만해야겠다.

안 써지는 날도 있는 거겠지, 잘 써지는 날도 있을 거겠지.

이렇게 글을 쓰는 와중에 새로운 생각이 또 자꾸 떠오른다.

이야기를 만드는 건 그만두기로 하자. 적어도 오늘은.


아. 무. 튼.


아직은 건강하다.

건강하면 잘 지낼 수 있는 거다.

다음을 기약할 수 있는 거다.

그럴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그러려고 한다.

잘 지내려는 마음만큼은 잃어버리지 않으려 한다.

그렇게 오늘을 쌓는다. 내일도 그럴 것이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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