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07월 07일
맛있는 과일을 고르는 건 참 어렵다.
처음엔 울긋불긋 예쁜 빛깔에 이끌려 덥석 사게 된다.
하지만 아뿔싸. 집에 와 먹어보니 맹물맛도 이런 맹물맛이 없다.
심기일전해서 실패를 만회하고자 다음번 과일을 고를 땐 모양도 살펴보고 자못 진지한 얼굴로 노크도 해본다.
하지만 역시나. 맹물까진 아니어도 물맛인 건 변함없다.
안 되겠다. 과일에 대해 잘 아는 가게 사장님이나 직원에게 물어보자 생각하고 그들이 권해준 대로 사본다.
오~ 이번엔 좀 괜찮다. 그런데 이게 또 들쑥날쑥하다. 어떤 때는 괜찮고 어떤 때는 별로다.
인터넷을 뒤져 과일 고르는 법을 모두 마스터해도 마찬가지다.
정녕 맛있는 과일을 100퍼센트 고르는 법은 없단 말인가?
글쎄다. 있을지도 모르겠다.
과수원을 하거나 과일만 전문적으로 팔아온 분들에겐 어떤 노하우가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만 알아낸다면, 아니 공부한다면 아주 높은 확률로 맛있는 과일을 고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이런 의문도 든다.
맛있는 과일을 고르는 기막힌 방법이 나와서 너도나도 맛있는 과일들만 골라먹는다면 맛없는 과일들은 어떻게 되는 걸까?
맛이 있거나 없거나 영양분은 같을 테니 주스나 영양제 뭐 그런 걸로 팔게 되는 걸까?
맛없는 과일들은 남고남고 남다 할인에 할인을 거쳐 그렇게 팔리게 되는 걸까?
맛없는 걸 알고 사는 사람들은 무슨 마음으로 사게 될까?
아니 애초에 맛이 있고 없고 가 그렇게 중요한 문제일까?
맛에 대한 기준은 무엇일까?
사과의 본래맛은 달고 새콤한 거였을까?
시거나 떫거나 맹맹한 맛도 과일의 맛이 아닐까?
야생 사과의 떨떠름하고 시큼한 맛은 아무 가치가 없는 걸까?
오늘,
사람들이 사가지 않아 오래돼 썩어 버려진 과일들을 보며 괜스레 이런저런 생각들이 들었더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