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행복
감독: 이철하
출연: 엄정화, 박성웅, 이상윤, 배정남 등
러닝타임: 100분
코미디 영화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기에 주성치 영화를 제외한 대부분의 코미디 영화는 거의 관심을 두지 않는다. 지금 리뷰하는 '오케이 마담'역시 전혀 관심 없는 영화 중 하나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굳이 이 영화를 보게 된 까닭은 넷플릭스에서 우연히 자동 재생으로 보게 된 예고편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예고편 전체가 인상적이었던 것도 아니다. 딱 한 장면. 그 딱 한 장면이 너무너무 인상적이었기에 도저히 본편을 안 보고 배길수가 없었다. 그 딱 한 장면은 바로 '꽈배기를 튀기는 장면'이었다. 그것은 그저 지나가는 평범한 씬이 아니었다. 그 한 장면에 감독의 모든 역량과 배우의 모든 역량이 모두 응축해 들어가 있는 그런 장면이었다. 적어도 나에겐 그렇게 다가왔다. 그래서 보았다. 도대체 저 꽈배기가 뭐길래 하는 심정으로.
"오케이 마담"
왜 오케이 마담인진 모르겠지만 그냥 부르기 좋게 정한 제목이지 않을까 짐작해 본다. 스토리는 (당연하겠지만) 코미디 영화스럽다. 굳이 흥행 성적을 찾아보진 않았지만 이 정도면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영화지 않을까 싶다. 과장되고 황당한 설정을 바탕으로 배우들의 티키타카가 쉴 새 없이 보이고 마침내 예고편에서 보았던 꽈배기 튀기는 장면이 나왔다. 궁금했던 장면이다. 사실 내가 진짜 궁금했던 건 내가 왜 굳이 그 장면에 꽂혔을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영화를 보고 나니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오케이 마담은 '보통의 행복한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 비록 코믹한 설정이지만 감독은 되도록 현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려 노력했고 과장된 설정 속에서도 작은 일에 싸우고 울고 웃고 다투고 화해하는 일상의 모습을 담으려 했다. 배우들 역시 그런 부분이 잘 드러날 수 있도록 신경을 써 연기했다 생각한다. 개인적 취향에 아주 웃기는 영화는 아니었지만 밝은 마음을 가지게 해주는 영화임은 확실하다. 그리고 그것이 이 영화의 장점이라 생각한다. 비록 배꼽이 빠질 정도로 웃기진 않지만 끝까지 보고 나면 밝고 유쾌한 기분이 드는 영화. 오케이 마담은 그런 영화다.
장점 하나를 더 꼽으라면 신파가 없다. 분명 신파가 나올법한 스토리임에도 감독은 신파를 넣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상당히 깔끔한 인상을 준다. 결론을 말하자면 이 영화는 가족 영화다. 그 외의 설정이나 스토리는 가족을 부각하는 소재이고 덤일 뿐이다. 그래서 다소 비약적이며 부족한 개연성도 무난히 넘어갈 수 있다.
내가 꽈배기 튀기는 장면에 왜 끌리게 되었다면 그 장면 속에 영화의 모든 유쾌함이 함축적으로 들어있어서였다.
깨끗하고 신선한 기름에 바싹히 갓 튀겨낸 꽈배기와 그것을 천진한 표정으로 활짝 웃으며 바라보며 기분 좋게 수다를 떠는 주인공.
아마도 이 영화의 모든 것은 정말로 그 장면 하나에 담겨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영화를 모두 보아야 비로소 알 수 있는 것이지만.
지루하고 슬퍼질 때 이 영화를 보면 분명 조금은 유쾌해지리라 생각한다. 꽈배기를 먹으면서 보면 더욱 좋고.
끝으로, 엄정화의 공이 매우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