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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핑 - 강산에

문득 떠오른 그리움

by 천우주

여름밤.

책을 보다 문득 입안이 궁금해져 차를 한 잔 마셔본다.

오래 다물어 메말랐던 입안에 동그란 생기가 돈다.

책에서 눈을 돌려 주변을 보니 어느새 깊어진 밤.

조금 살짝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결에 모기향 냄새 실려있다.

조용하고 무덥고 바람이 불고 모기향 아지랑이 연기 오르고 아무 일 없는 여름밤.


'나는 아무 일 없으니 너도 그러려무나'


조용히 말해본다.




무더운 여름이면 생각나는 노래가 있다.

'강산에'가 부른 '눈물 핑'. 이 노래를 듣고 있으면 무더운 여름밤 한적한 시골의 평상에 누워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노래는 일상의 어느 평범한 순간을 담담히 얘기한다. 잠깐의 시간, 잠깐의 휴식, 잠깐의 추억. 이 노래를 좋아하는 이유는 노래도 노래지만 상대가 그저 '편안히 잘 지내길'바라는 마음이 담겨서이다. 부자가 되라고 하지도 않고 좋은 사람을 만나라고도 하지 않는다. 행복하라고도 하지 않는다. 노래 속 화자가 상대에게 바라는 건 단 하나다.


"무더운 여름밤, 아무 일 없이 푹 잠자는 것"


사실, 그거면 충분하다. 우리가 서로에게 바랄 수 있는 것은 그거면 충분하다.

나도 당신이 오늘 밤 잘 잤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참 좋겠다.



강산에 8집 물수건(2008)


눈물 핑 - 강산에


책을 보고 차를 마셨더니

내 입안은 동그라미 맛이 되었네

시원한 바람이 조금 불고

모기향 냄새 편안하게 잘 있습니까?

눈물이 핑~


모기에 물리지 않고 자고 있습니까?

춥지도 않고 덥지도 않고

시원하고 달콤하게 자고 있습니까?

무서운 꿈도 꾸지 않고 푹 자고 있습니까?

그렇다면 좋겠습니다.


유튜브 링크: https://youtu.be/GY1te6o6x-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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