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09월 05일
며칠 전 퇴사 선언을 했다.
정말 고맙게도 모든 사람들이 만류를 해줬긴 하지만 이미 마음을 잡은 상태라 번복을 하진 않았다.
오래 다녔던 직장인만큼 좋았던 추억도 나빴던 추억도 한가득이다.
미친 듯이 일한 적도 있었고 시간만 때우며 대충대충 흘려버린 날들도 있었다.
좀 더 좋은 곳으로 이직을 한다는 말에 다들 아쉬워하며 퇴사 선언을 받아들여주긴 했지만 실제로 좀 더 좋은 곳이 있는 건 아니다.
만일 나와 같은 상황의 다른 누군가가 나에게 똑같이 퇴사에 대해 고민을 얘기했다면 나는 다시 생각해보라고 할 것이다.
그런 만큼 이 결정이 무모한 결정이란 걸 안다.
대출금이며 생활비며 돈 나가야 할 곳은 항상 있고 미래는 보장되지 않는다.
적어도 이곳에서 만큼은 나는 베테랑이며 일 잘하는 사람이고 나름의 연줄도 있다.
게다가 많지 않은 급여라도 매월 정확하게 내 통장에 입금이 된다.
아마 퇴사가 아니라도 내가 적극적으로 방법을 모색하고 주변인들을 잘 활용한다면 현재보다는 좀 더 나은 조건으로 이 작장에서 일을 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아니 충분히 가능하다.
'그래도 밥 벌어먹는 데가 낫다. 그냥 있어라'
한 친구는 이렇게 얘기해줬었다.
그래, 그렇다.
좋으나 싫으나 밥 벌어먹던 데가 낫고 내가 사는 동네가 제일 좋은 동네고 내가 사는 집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집이다.
그렇지만 일상이 바뀌었다.
내가 원해서 바뀐 일상이 아니라 타의에 의해 한순간 일상은 변해버렸다.
(그 타의를 일으킨 원인이 나에게도 있지만 말이다.)
바뀐 일상에 적응해보고 새로운 일상을 만들어보려 지금껏 애써왔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삐걱거리긴 하지만 하루하루를 지나며 조금씩 적응을 해오고 있다.
그렇지만 새로운 일상을 만들기 위해 보내야 할 많은 것들 중 지금의 직장도 포함이 되었다는 걸 최근에야 알게 되었다.
외지에 따로 나와 지낸 지 일 년 하고도 반년이 더 되었고 이제 다시 일 년 아니면 이삼 년의 시간을 더 보내야 하는 시점에 접어들었을 때 나는 문득 생각했다.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생활이 바뀐다고 직장이 반드시 달라질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의 나에겐 이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그 전의 일상 역시 십수 년 전 모든 걸 갈아엎고 새로 만든 일상이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 일상을 같이 만들어간 사람은 지금은 떠나고 없다.
그러니 그 전의 일상 중 같이 만들었던 어느 하나라도 내가 유지할 수는 없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 후회를 하게 될지도 모르지만 그건 모를 일이다.
내 일상이 지금처럼 변하게 될지도 나는 꿈에도 몰랐으니 말이다.
인생은 참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한 달 전까지만 하더라도 회사가 문을 닫지 않는 이상 나는 이 직장에서 정년까지 다닐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불과 한 달이 지난 지금 이젠 모든 것이 달라졌다.
앞으로의 계획은 있지만 또 그것이 어떻게 바뀔지는 신만이 아실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생각하기를 그만둬서는 안 되겠지.
어떤 것이 되었든 일은 계속할 것이고 나는 계속 살아갈 것이다.
그리고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려는 마음도 그만두지 않을 것이다.
이 경험을 살려 앞으로의 일상은 충격에 강할 수 있게 만들어 갈 것이다.
부디 나에게 신의 가호가 함께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