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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ramc Aug 15. 2015

파란 당근, 한 토막

씹어 삼켜야 말을 할 수 있다.





너는 그렇게 갈 것이다. 

스쳐간 발자국에 본인의 발자국을 포갠 채 걸어갈 테다.


그래 왔듯 희미해질 것이다.

안개가 생기는 시간은 점점 단축되어가며, 축적되는 양의 압력은 거세져간다.

이는 비상하다 못해 이상한 본인 뇌의 감정 체계가 보다 비범해지고 있음을 뜻하는 바이다.

자지러지게 슬프다가도 이내 플러그가 뽑혀 작동하지 않는 기계처럼 전원이 나간 채 살아간다.


-


공기의 흐름마저 사라진 시간 속에 숨을 쉬고 있음이 죄를 짓는 기분이라며, 

1초가 1분이 1시간이 상상하던 고통 그 이상이려니.


-


흔히 일컫는 '사랑'이라는 것이 내 멋대로 되는 것 하나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 태어났을지도 모른다.

인정하기 싫기에 그러하다 수긍하며 이해해가는 과정을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무엇도 가로막을 수 없는 우울함이 다가와 스며져 있다면 힘들게 벗어날 필요가 없다.


-


그 우울도 얼마나 내게 힘들게 왔을까.

같이 살아가는 곳이라며 어디든 숨 막히게 살아야 한다며.

삼켜내기 싫은 당근 한 토막을 입에 머금고 살아가는 중이지만,

자의든 타의든 나는 그 당근을 씹어 삼켜야 말을 할 수 있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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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Story by PARAM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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