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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랑 Sep 24. 2023

39. 매월 마지막주는 냉파

09/23/2024

     9월도 이제 한 주가 남았다. 그 말인 즉, 가계부 예산 점검이 필요한 시기가 왔다는 거다.

새 달이 시작될 때마다 이번 달엔 잘 아껴서 마지막 주에 먹고 싶은 거 실컷 먹어야지 생각하지만,.. 사람 일이 뭐 언제 뜻대로 되던가. 항상 마지막주가 되면 빠듯한 예산에 생활비가 부족해진다. 그리고 냉장고와 팬트리에 저장된 식자재를 파악해 본다.

이번 달엔 비싸진 기름값에 주유도 할 겸, 코스트코에 2번 다녀온 덕에 활용할 식자재가 많이 있다. 도시락에 항상 포함시키는 과일, 그리고 야채류는 추가 구매를 피할 수 없을 듯하고, 그 외에는 있는 것들로 남은 일주일을 지내는 데 무리 없을 듯하다.


알뜰하게 생활하는 게 몸에 배면서 소비욕구를 참는 것도, 조금 부족하게 사는 것도 익숙해지고 있다. 정말 필요한 것인지 한 번 더 생각하고 구매하는 것이 더 킁 만족감을 준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왜 그렇게 쓸데없는 것들을 많이 샀을까 후회도 한다. 물건뿐 아니라 먹는 것도 마찬가지다. 영양과잉의 시대에 집에 이미 식재료가 충분한데도 외식을 하거나 마트에 들를 때마다 이것저것 구매하던 습관도 이제 거의 사라졌다. 식사준비하고 하면서 추가 구매가 필요한 것들은 메모해 두고 장보기는 이 메모와 함께 한다. 싸다고 무조건 사는 것도 하지 않는다. 음식물 쓰레기를 최소화할 수 있게 필요한 것만 사고 먹을 만큼만 조리한다.

소비를 줄이기 시작할 땐 금단증상이랄까, 거부감도 상당했다. 지금은 오히려 많이 사는 것이 불편하고 특히나 변질의 우려가 있는 것들은 소량만 구매하고 있다.

요즘 가장 많이, 자주 구매하는 식료품은 그릭요거트, 바나나와 블루베리다. 내가 먼저 시작했던 매일 한 끼는 요거트로, 가 동거인들에게 전파되면서 아이와 그도 매일 요거트를 먹는다. 건강에 도움이 되고 한 끼 식사가 대체되는 만큼 나도 편해진 거 같다. 냉파하는 동안에도 요거트를 위한 블루베리, 바나나는 추가 구매 예정이다.


다음 주 냉파식단을 생각해 본다.

함흥냉면 패키지 사다 둔 것에 삶은 달걀, 오이를 얹어 한 끼.

동태알 소분해 둔 것에 호박, 두부, 양파를 넣고 얼큰하게 끓여 알탕으로 한 끼.

묵은지와 냉동실에 얼려둔 목살에 두부 따뜻하게 데워내서 김치찜으로 한 끼.

미역 데치고 오이 채 썰어 동치미 육수 사다 놓은 것으로 간편 냉국으로 한 끼.

계란하고 파 송송 썰어 넣고 사각어묵도 좀 넣어 계란탕으로 한 끼.

냉동 새우랑 파스타 소스, 양파 다진 것 추가해 토마토 새우 파스타로 한 끼.

오이지무침, 잔멸치 볶음, 두부조림, 어묵볶음으로 밑반찬 준비. 거기에 조미김까지.


아직도 남은 재료가 잔뜩이니, 다음 주는 추가 식재료 구매 없이도 풍성한 식탁이 될 듯하다. 이번 달 냉파도 잘 마무리하고 다음 달엔 정말 아껴서 월말에 거하게 외식이라도 한 번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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