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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랑 Sep 25. 2023

41. 도시락 돌려 막기

09/25/2023

     유부초밥, 스팸무스비, 김밥, 김치햄볶음밥, 주먹밥, 삼각김밥, 야채볶음밥.

아이 도시락으로 준비하는 메뉴들이다. 한국이었다면 요즘은 급식을 먹는다니 도시락 준비는 하지 않아도 되었을까? 한국 사정을 모르니 짐작이 어렵다.

미국의 초중고에는 한국 같은 급식시스템 대신 카페테리아가 있다. 학교 매점과는 좀 다르고 식사메뉴를 판매하는 대학의 구내식당 같은 느낌이랄까. 단, 메뉴구성이나 음식의 퀄리티는 그와는 좀 다른 느낌이다. 거기에 더해 아이들의 점심시간이 워낙 짧아-45분 정도- 긴 줄이 부담을 주기도 한다.

이민 온 지 벌써 12년이 넘었고, 미국 문화에 익숙하게 성장했음에도 아이의 입맛은 전형적인 한국인이다. 오히려 한국의 아이들보다 더 한식을 선호하는지도 모르겠다.

초등학교 때부터 데이케어를 다녀서 도시락을 싸기 시작했다. 초등 고학년부터 학교 카페테리아 이용이 가능했고 중학교부터는 메뉴도 다양해졌다고 했지만 몇 차례 시도해 보고 다시 도시락을 싸달라고 했다. 그리고 고등학교에 와서는 처음부터 카페테리아를 이용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이유는 위에 언급한 긴 줄과 메뉴 문제다. 가격이 저렴하긴 하나 아이 말로는 먹을 만한 게 없다고 한다. 그래서 매일 아침 도시락을 싸는 게 당연하게 되었다.

너무 냄새가 강한 한국음식을 싸주는 건 피하다 보니 처음에 언급한 정도의 메뉴로 굳어졌다.

도시락을 두 개씩 싸가지고 다니던 내 학창 시절이 떠오른다. 엄마도 매일 힘드셨겠다 싶다. 당연하게 생각되던 엄마의 일들을 나도 경험하면서 엄마의 마음도 조금씩 이해하게 되는 거 같다. 물론 아직 멀었지만 말이다.

오늘도 눈뜨자마자 내려와 도시락을 싸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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