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셀프 염색
뿌리에 하얗게 자라나온 흰머리가 거슬린지 일주일째, 첫번째 일과로 염색을 하기로 했다. 너무 비싼 미용실 염색 비용에 집에서 염색한지도 반년이 넘어가는 거 같다. 미용실 가면 $80-$120 사이, 집에서 하면 $12이니, 매달 고정지출이 될 금액을 생각하면 이게 맞는 거란 생각이다. 가능한 줄일 수 있는 지출은 줄이고, 특히 나에겐 조금 인색해도 괜찮단 생각이다. 물론 이렇게 절약된 돈은 다른 필요한 곳에 나를 위해 지출할 수도 있다.
집 청소, 마당 정리, 해충 방제 약 뿌리기에 염색까지, 직접 할 수 있는 건 대부분 셀프로 해결하고 있다. 은퇴 전엔 청소 업체, 가드닝, 페스트 컨트롤 업체도 주기적으로 불렀으니 꽤나 유지비용이 들었던 거 같다. 분야(?)는 다르지만 염색도 주기적으로 해야 하다보니 이렇게 하지 않으면 고정지출이 늘어난다. 거기에 더해 이런 일들이 사실상 셀프로 가능한 일임에도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에는 당연히 사람을 썼던 거 같다. 물론, 요즘 책을 읽다보면 이런 일들은 사람을 써서 시간을 절약하는 것이 나은 선택이란 글도 많이 보지만, 내 경우엔 시간이 꽤나 남는 편이고 이런 일들을 하면서 나름 보람도 느끼고 있으니 절약만이 목적은 아닌 거 같다. 달라진 내 일상과 시간의 발란스를 맞춰가는 거랄까.
암튼, 셀프 염색은 그닥 어렵진 않았다. 처음엔 뒷머리는 어쩌나,..거울 보면서 꼼꼼히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이젠 거의 프로(?)의 세계에 들어선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매달 하다보니 실수도 줄어가고 깔끔하게 정리하면서 피부에 묻히지 않고 마무리하는 정도로 실력이 늘었다. 거기에 더해 염색약을 다 바르고 나면 대기 시간동안 부엌 정리, 청소 등의 매일하는 집안일도 빠르게 마무리하면 샴푸 시간에 딱 맞아 떨어진다.
깔끔하게 염색된 머리에 오늘도 나름 뿌듯하다. 누군가에겐 궁상으로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나에겐 합리적인 소비에 더해 내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인 거 같다. 은퇴 후 달라진 일상, 경제적 상황에 순응해 가는 방법이랄까. 오늘도 만족스러운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