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사탕 내리는 밤, by 에쿠니 가오리
일본소설을 좋아한다.
요시모토 바나나, 무라카미 하루키, 하가시노 게이코, 미야베 미유키, 무라카미 하루키 등등...일본 작가들의 담백한 문체와 독특한 감성을 좋아한다. 길지 않은 문장들에 읽기 수월하고 조용하게 편안하게 읽히는 느낌이 좋다.
일본의 대표 연애소설 작가라고 불리는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은 <냉정과 열정사이>, <낙하하는 저녁>, <도쿄타워>, <반짝반짝 빛나는>, <즐겁게 살자, 고민하지 말고>등을 읽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좋았던 소설은 <반짝반짝 빛나는>이었다.
최근에 밀리의 서재에 가입하고 밀리가 주목한 작가에 소개된 에쿠니 가오리에 대한 내용을 보다가 신작 <별사탕 내리는 밤>을 만나게 되었다. 예전에 읽었던 소설들의 감성을 기억하고 있고, 표지를 보는 순간 <반짝반짝 빛나는>이 떠올라서 읽게 되었다.
아르헨티나에서 자란 자매(사와코/카리나와 미카엘라)와 사와코의 남편인 다쓰야, 그리고 미카엘라의 딸인 아젤렌의 조금은 일반적이지 않은 사랑의 이야기이다.
사와코와 미카엘라는 어린시절부터 모든 것을 함께 공유했다. 심지어 남자까지도. 사실, 거기에는 남자의 사랑에 대한 불신이 깔려있었고, 이 약속은 일본 유학 중 사와코가 다쓰야를 만나면서 깨지게 된다. 사실상 결혼 전 아르헨티나를 방문했던 다쓰야는 미카엘라의 유혹에 넘어가 관계를 갖었었고, 사와코를 이 사실을 알고 있지만 모른척했다. 다쓰야는 사와코를 사랑하지만, 결혼 한 후에도 지속적으로 외도를 하고...사와코는 이 사실을 알면서도 묵인한다. 둘 사이는 다부치라는 사와코의 예전 남자가 나타나면서 종지부를 찍게 된다. 다쓰야에게 이혼을 요구한 사와코는 다부치와 아르헨티나로 떠난다. 사와코를 설득하기 위해, 아르헨티나에 따라온 다쓰야. 설득은 실패하고 엉뚱하게도 미카엘라와 관계를 갖지만 여전히 다쓰야가 원하는 건 사와코다. 다쓰야는 사와코에게 비행기 티켓을 남겨두고 일본으로 돌아오지만, 사와코는 결국 그 비행기 티켓을 미카엘라에게 주면서 이야기가 마무리 된다.
여기에 더해, 미카엘라가 싱글맘으로 키운 아젤렌...일본 유학 시절의 방탕한 생활에서 아빠가 누구인지 모르는 아이를 임신한 채 아르헨티나로 돌아온 미카엘라는 싱글맘으로 아젤렌을 키운다. 대학생이 된 아젤렌은 엄마의 직장 상사이자 가정이 있는 남자인 파쿤도와 사랑에 빠진다. 아내에게 아젤렌과의 관계를 들킨 파쿤도, 그리고 이 사실을 알게 된 미카엘라...아젤렌은 여전히 파쿤도와 헤어질 생각이 없다.
이들의 사랑에 대한 결말은 언급된 것이 전혀 없다. 아르헨티나에서 다부치와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는 것처럼 보이는 사와코,..그렇지만 여전히 다쓰야에 대한 사랑이 남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학시절부터 다쓰야를 사랑했던 미카엘라는 다쓰야의 마음이 사와코에게 향해 있다는 걸 알면서도 여전히 마음을 접지 못하는 듯 하다. 비행기 티켓은 미카엘라에게 갔지만, 과연 이 관계가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다. 현재의 관계에 몰입되어 있는 아젤렌의 파쿤도에 대한 사랑 역시, 앞날은 알 수 없다.
열린 결말이라는 걸까...
이 소설을 읽으며 제목이 와 닿지 않았다. 나에겐 지금까지 에쿠니 가오리의 다른 소설들과는 확연하게 다른 느낌이었다. 책장도 잘 넘어가지 않았고, 이야기의 흐름에 빠져들기도 힘들었고 감정이 이입되기도 어려웠다. 더군다나 <별사탕 내리는 밤>이라는 달달한 제목과는 다르게 암울하고 답답한 느낌이다. 이 작가의 글이 달라진 것인지, 내가 겪고 있는 상황들이 달라져서 다르게 받아들이게 된 것인지 혼란스럽다. 예전에 재밌게, 가슴 아프게 읽었던 다른 소설들을 다시 읽어봐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