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틴의 중요성

나를 지탱해주는 건, 나의 습관들.

by 눈보라콘

콜롬버스 데이. 학교 휴일인 H의 아침을 챙겨주고 오랜만에 아침 산책에 나섰다.

예전엔 아침에 눈을 뜨면 주섬주섬 후드티를 걸쳐입고 산책을 나갔는데...어느 틈엔가 아침 산책을 하지 않게 되었다.

난 루틴을 잘 지키는 사람이다. 정해진 시간에 해야 할 일이 있는 편이 마음 편하고 예정된 일들을 하나씩 해나가면서 생각이 정리된다.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재택근무를 하게 되었고 내 생활의 루틴도 일부 조정이 되었지만 지켜지고 있었다.

아침에 눈뜨자마자 1시간 가량 산책을 한다. 주로 음악을 들으며 걸었고 오늘 해야 할 일을 생각해 보곤 했다.

산책 후 집에 오면 식기 세척기의 그릇을 정리하고 여느 엄마들처럼 아침 준비를 했다. H가 일어나면 아침을 챙겨 먹이고, 커피 한 잔 마시면서 뉴스를 봤다. 씻고 준비하고 나면 10시경부터는 업무 시작이다. 중간에 점심시간에 점심을 챙겨 먹는 거 외에는 업무를 보면서 6시 경까지 시간을 보낸다. 때로는 이보다 늦어질 때고 있었던 거 같다. 업무가 끝나면, 저녁 준비를 하고 가족과 저녁 시간을 보낸다.

주말/휴일을 제외한 매일이 똑같은 패턴이었고, 주말에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청소/빨래/장보기 등 밀린 집안 일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이런 나의 루틴이 망가지게 된 건, 지금 생각해 보면 회사를 그만두면서부터 였던 거 같다. 모든 것이 한꺼번에 무너지진 않았지만 하나씩 하나씩 루틴이 깨지기 시작했다. 가장 큰 부분을 차지했던 "근무시간"이 빠져버렸으니, 어쩌면 당연한 거였을 거다. 퇴사 고민을 오랫동안 하긴 했지만 급작스럽게 회사를 그만두는 것으로 방향이 정해지면서 마음에 동요가 있었다. 그럼에도 기본적인 루틴을 지켰고 아침 산책을 하면서 여러 생각을 했었다. 하루는 우울하기도 했고 또 다른 하루는 희망적이기도 했으며 어떤 날은 아무 생각도 하지 않으려 애쓰기도 했다. 이 힘든 시간을 버틸 힘을 준 건, 내가 지켜온 생활의 루틴이었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나를 일으켜 세워주기도 했고 하던 데로 그냥 움직이도록 만들어 주기도 했으니까. 마지막 근무일을 정하고 한동안을 버틸 수 있었던 건 내 생활의 루틴 덕이었다.

퇴사 후 더 이상 일찍 일어날 필요가 없었다.

게다가 나에겐 남는 시간이 너무 많았다. 서둘러 집안 일을 해야 할 이유도 없었고, 오히려 너무 빨리 일을 해버리면 뭘 해야 할지 모르는 시간이 오는 게 더 싫었다. 계획을 세우지 않기로 했고, 할 일은 최대한 미루고 천천히 하기로 마음 먹었다. 항상 불안했던 거 같다. 너무 나태해지는 건 아닌지...내가 망가져가고 있는 건 아닌지...스스로가 불안해 견딜 수가 없었다.

계속 그렇게 지낼 수는 없었던 거다.

달라진 상황을, 내 달라진 시간의 흐름을 받아들이고 다시 루틴을 만들어 가야 했다.

스스로는 시작이 어려웠다. 강제성이 약간은 수반된 것들을 1년 전쯤 시작했다. 퇴사 후 10개월 가량이 지난 후였다.

늘어난 체중도 신경이 쓰였고 취미가 있으면 좋겠단 생각도 했다. PT를 받기 시작했고, 골프 레슨을 받기 시작했다. 시간을 정해서 움직이는 일들이 생겼고, 혼자하는 운동 스케줄도 만들어 갔다. 거기에 집안 일에 대한 루틴도 나름 정리해 갔다. 매일 해야 하는 일, 겪일로 할 일, 주단위로 해야 할일, 월단위로 해야 할일들을 나눴고 거기에 맞춰 루틴을 조정해 갔다.

이제 나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는 상태가 되어 가는 거 같다. 이제 틀은 만들어졌으니, 다시 채우기를 시작할 때이다.

제일 좋아했던 아침산책. 여기가 시작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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