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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파랑 Mar 26. 2019

수상한 행렬

밤의 산책길에는 차가 거의 다니지 않는다. 드물게 '예약' 불이 켜진 택시가 지나가는 정도다. 그런데 갑자기 여러 대의 차량이 줄지어 가는 걸 본 적이 한 번 있다. 그중 한 대는 조수석 쪽에 불을 켜서 사람 얼굴이 훤히 보이길래 사정이 궁금해서 쭉 쳐다보기도 했다.

갑자기 차가 많이 지나갔다는 생각을 하다 보니 왜 영화나 드라마에서 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시작될 때의 장면이 떠올랐다. 똑같이 생긴 검은색 차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나타나는 것 말이다. 세단이든 SUV든, 지프든. 대놓고 수상해 보이는 그 검은 차 무리에서 내리는 사람들 역시 어두운 색의 착장을 하고 무기를 꺼내 신원확인을 요구할 틈도 없이 쏴버리는 그런 장면.

그런 식으로 등장하면 아무래도 수상하고 경계하게 될 텐데 왜 같은 디자인의 검은 차를 타고 등장할까. 시내에서 보통 사람들이 자가용으로 가장 많이 이용하는 차종 몇 가지에 검은색 말고도 은색, 흰색을 섞어서 배치하고 사복도 다양하게 입으면 덜 수상해 보일 텐데 싶었다.

그러다 경호용 차량들이 어떤 기능을 갖췄는지, 그걸 생산할 기술과 역량을 가진 생산 브랜드가 몇이나 되는지, 그들이 특수 목적으로 다루는 모델이 몇일지 가늠하니까 대충 납득이 됐다. 죽지 않으려면 갖춰야 할 무기, 방어 장비들이 들어갈 수 있는 차종은 한정적이라서 그렇게들 같은 모델을 타고 나타나는가 보다. 하지만 검은색은? 악당이나 권위 있는 캐릭터들을 대표하는 색이라서? 트랜스포머의 오토봇들처럼 제각각의 컬러를 갖고 있으면 안 되는 걸까. 맨인블랙은 왜 검은 수트를 입어야 하는가.

...

머릿속이 엉망진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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