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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파랑 Feb 24. 2018

기다리면 광명이 올까

<100일 글쓰기> 38/100


  시력교정수술 후 약 4달 경과. 오늘도 검진을 받으러 안과에 다녀왔다.

  아이패드로 진료 등록 페이지에 핸드폰 번호를 기입한 후 접수한다. 밖에 있는 테이블에 앉아서 기다리면 간호사분이 호명한다. 따라서 들어가면 일단 시력 검사. 쇠막대 대신 종이로 된 일회용 가리개로 한쪽씩 눈을 가리고 숫자나 알파벳을 읽는다. 우안 먼저, 그 다음은 좌안, 마지막으로는 양안. 어떻게 보든 여전히 잘 보이지 않고 번져서 흐리다. '최선을 다해서 보면 되는 건가요?' 물으니 그렇다고 하길래 최선을 다해 신경 써서 보고 읽었다. 대충 잰 수준으로는 그래도 0.9-1.0 정도는 된다고 하는데(물론 각막 비대칭을 잡기 위해 추가로 수술을 진행할 때는 1.5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고 너무 불편했다.

  그 다음에는 기계로 근시, 난시를 측정한다. 앉아서 양쪽을 한 두 번씩 측정하고 나온 영수증 같은 결과지는 내가 알아볼 수 없는 구성이다. '기계로 재면 어느 정도 나와요?' 물었드니 알려줄 수가 없다고 했다. 아직은 소염제를 넣는 단계이고, 6개월쯤 지나 약을 끊은 후에야 제대로 알 수 있기 때문에 안된다고. 말씀해주신 부분 충분히 감안하고 들을테니까 알려달라고 해도 곤란해할 뿐이었다.

  진료실에 입장하기 전까지는 또 대기 공간에 앉아서 멍하니 기다린다. 오늘은 어쩐지 다른 간호사분이 또 불러서 추가 검사를 진행한다고 했다. 각막의 두께와 지형도를 검사하는 걸 세 가지쯤 했다. 시력을 물은 게 클레임이었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다시 조금 더 기다린 후에는 진료실에 들어갔다. 오늘 또한 초면인 선생님이 앉아계셨다. 수술을 해준 선생님은 처음 두 번의 검진 때 외에는 뵐 수 없었다. 선생님은 검사 결과를 펼쳐두고 수술에는 이상이 없으나, 내 각막 회복 속도가 더뎌서 그런 것으로 보인다고 얘기하셨다. 심하게 번져 보이는 것은 깎아낸 각막이 부분 부분 불균형하게 회복되고 있기 때문에 심한 난시와 비슷하게 느껴질 수 있다고. 6개월쯤 지날 때까지는 어쨌든 기다려야 한다는 말이었다. 일단 수술은 제대로 되었다, 환자분의 회복 속도의 문제이니 기다려라. 병원에는 책임 소재가 없다고 보아야 한다는 말로 들렸다. 추가 조치가 필요할지 판단하는 것은 1년이 경과한 후에야 가능하다고 했다.

  토요일이라 매번 2만원이 넘는 진료비를 오늘도 카드로 휙 긁고 한 달 후 또 오라는 말에 검진 일자 예약까지 하고 왔다. 답답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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