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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음 Nov 06. 2019

우리는 무엇이 되고 싶어 이렇게 애를 쓰는 걸까?

벌써 바람이 차갑다.

식구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집은 동굴처럼 적막하다.

하루 중 유일하게-

오롯이 나만을 위해 허락되는 자유 시간을

어떻게하면 최대로 길게 늘여쓸 수 있을지,

시간 투자 대비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며

구슬 굴러가는 소리가 귓가에 들릴 정도로 머리를 굴려본다.


어쩌다 작가가 된 내가

작가가 되고 싶은 그녀를 돕기로 한 건 불과 몇 주 전.

자신의 생각을 글로 정리하기 전, 그녀는 내게 고해성사를 하듯 자기의 생각을 쉴 새 없이 토해냈다.

그 많은 생각을 어쩜 저 작은 머릿속에 다 담고 있었는지 신기하게 여겨질 정도로-

숨이 차지는 않을까, 걱정이 될만큼 쉬지 않고

그녀는 자기의 생각과 과거의 기억과 그간의 경험과

종종 목적의식 또는 사명감 같은 거대한 담론들을 들쑥날쑥,

그러나 매우 관련 있어 보이는 문장들로 나를 설득시키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최초'의 독자가 될 터였다.


돈을 벌기 위한 책 출판이 아니라는 것쯤은 이미 잘 알고 있다.

잘못된 방향으로 벗어나는 소수를 위해, 이미 실패한 다수를 위해 제대로 된 '길'을 안내해야 겠다고

그녀는 생각했다고 한다.

이미 가본 길이므로. 그녀는 잘 알고 있으리라.


꽃길이든, 가시밭길이든-

이미 가 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조언이 있다.

허세나 거드름 없이 기름기 쫙 뺀 굵고 짧은 한 방.

미사여구가 따라 붙는다면 그것은 '가짜'일 확률이 높다.

어디서 봤거나, 우연히 들었거나, 스치듯 목격한 그 무언가를

무의식중에 '경험'으로 착각해 자신의 스토리인냥 풀어냈을 공산이 크다.


책을 쓴다는 건-

근본적으로 나를 돌아본 다는 것,

더 파고 들어가면 내 생각을 '내'가 들여다보고

내 사고의 깊이를 가늠하고,

내 경험의 오류를 검증하고

무수히 많은 시행착오 중 타인에게 '해'가 되지 않을 것들만 추려 말로 담는 과정이다.


길고 지난한 그 과정을 이겨냈기 때문에 -

책이 '베스트셀러'이든 아니든,

우리는 '작가'라는 사람들을 존경하는 것이 아닐까.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이야기를 주고 받고

서로를 격려하고, 미래를 꿈꾸고

오지 않은 날들을 계획하면서-

앞으로 하고 싶은 일도, 지금 당장 해야 할 일도 산더미 같은 우리에게

내가 툭, 던진다.

"우리는 무엇이 되고 싶어 이렇게 세상에 애를 쓰는 걸까?"


첫 책이 나와

고마운 인연들에게 연락을 했다.

세상에 숨 죽여 산 지 10년.

나도 그들처럼, '쉼'이 아닌 '노동'을 했음을 알리고 싶었다.


부족한 책이지만, 재미있게 읽어 달라는 클리셰 가득한 문장으로.

철학을 전공한 선배는 세상에 완벽한 건 없다며 이렇게 답했다.

"우리 모두가 되어가는 존재"라고.


눈도 채 뜨지 못한 채 남편 아침을 준비하고,

조간 신문을 읽고,

밤 사이 또 어수선해진 집을 치우고

아이들을 등교시키고

도서관에 가 스스로 동기부여를 할 책들을 고르고

다시 동굴같은 집으로 돌아오는 일상.


낼 모레 마흔인 나는,

도대체 무엇이 되고 싶어 오늘도 이리 애 쓰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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