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디바디 4기를 돌이켜보며 적어봅니다.
그간 잘 지내셨나요?
3월이 왔습니다. 오늘 경칩이네요. 낮이 되니까 무척 따뜻합니다. 일찍 후기 겸 감상을 적어내려고 했는데 완연한 봄의 기운이 느껴지는 지금에서야 글을 씁니다. 신기하게도 저는 요새 운동일기장을 적습니다. 혼자서 기록하는 일이 어려웠는데, 묘하게 이번에는 되더라고요. 종이를 덮으며 저녁을 닫으며 여러분들 생각을 종종 합니다. 아직 여백이 남아 있을 여러분의 운동일기장은 어디쯤에 있나요? 뜨끔하지 마시고요. 그냥 뭐 어디쯤 있는지 물어본 거죠. 어디에 있어도 상관없어요. 하고 싶은 말은 여러분이 잘 자고 잘 먹고 잘 움직이고 잘 쉬었으면 한다는 거예요.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면 참 생경합니다. 장성한 성인들이 서로의 일기장을 이렇게나 솔직하게 보여주었다니… 매일 뭔가 쓴다는 게 어렵기도 하고 내 하루를 내보인다는 게 참 민망하고 어려운 일이잖아요. 그럼에도 용기를 내어 기록을 공유해 주신 분들께 정말 감사드려요. 신기하게도 내가 솔직한 만큼 타인 역시 솔직함으로 다가오고, 그런 공간에서는 좀 더 관대해질 수 있더라고요. 버디바디가 여러분에게 그랬을 거라고 감히 예상해 봅니다.
삶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고 그럼에도 계속해서 뭔가를 해보며 살아갑니다. 그래도 해보겠다는 삶은 팍팍하고 다소 외로워지곤 해요. 그 사이에 내 몸도 못 챙기면 살아내질 못 할 것 같아요. 어떤 위기감이 들 때도 있고, 빨리 변화하고 싶다는 조급함이 생길 때도 있어요. 그렇지만 몸이 변화하려면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잖아요. 버디바디는 가장 빨리 가기 위해서 현재를 잘 돌 보는 일을 했다고 생각해요. 무엇을 먹고 움직이고 어떻게 감각했는지 매일 적다 보면 내가 나를 보게 되죠. 아무리 느슨해도 나는 어떤 사람인지 바라보게 됩니다. 그렇게 일주일 정도 적다 보면 생면부지의 사람들이 무척 가까워진 기분이 듭니다. 그때부터는 과정에 집중하며 다그치지 않고 다가갈 힘이 생기더군요. 마무리 모임에서 '관대함'이라는 키워드를 버디바디와 연결해 주셨죠? 어쩌면 제가 가장 필요했던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흘러갔나 싶어요. 스스로 자신에게 관대하기는 어렵지만 우리에게는 서로가 있었으니까요. 다행스럽죠? 관대할 용기를 주셔서 또 한 번 감사드립니다.
3주간 묵묵히 적어내는 기록의 끝에는 언제나 따뜻한 응시가 있었습니다. 하루를 건너오는 서로의 존재 자체가 위로되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3주간 가시적인 변화를 얻은 분들도었죠? 저 역시 몸에 대한 새로움을 발견하기도 했답니다. 지금 나의 몸은 현재의 결과이기도 하고 미래의 과정이기도 합니다. 지금을 미워하지 않으며 내일의 몸으로 가고 있길 바라요. 당신의 몸과 함께 미래로 갈 테니까요. 잊지 말고 미워하지 말고 챙겨가세요. 앞으로도 일기장 앞에서 솔직하고 따뜻한 사람이길 바랍니다.
2023년 3월 6일
버디바디의 이끔이 파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