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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랑 Jun 05. 2023

<노인> 전에 할머니는 없었다

2016년의 노인 전에서 2021년의 윤여정, 양희은, 막박례로

윤여정 배우님 제 93회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드립니다. 유쾌한 수상소감에 기쁨과 동시에 이상하게 뿌듯합니다. 제가 한 톨이라도 도움드린 적이 없는데 ㅎㅎ 나이가 들어도 멋진 사람. 멋진 여성분들의 이름을 알게 되는게 너무 기뻐요. 누군가의 엄마, 할머니로... 뭉뚱그려 눈물 짜내기말고 각자의 울퉁불퉁한 삶을 알아가고 싶어요. 아 최근에, #책읽아웃 들었거든요. 거기 삼천포 책방에 #양희은 님이 내신 #그러라그래 를 리뷰가 너무 좋았잖아요. 제 귓속에 양희은님을 따라하는 송은이님 목소리로 들립니다. 성대모사를 하며 따라하셨는데, 사는게 고민되는 순간에 송은이님에게 이 말이 큰 도움이 된다는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앞으로의 30대가 그리고 이후의 삶이! 꼭 이들과 같지는 않겠지만 그런 존재와 그런 삶이 있다는 걸 알고 있는게 힘이되고는 하잖아요. 다들 경험 안에서 상상의 기반을 찾게되니까? 벗어나기 힘들다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이번에 이벤트로 이야기했던 2016년의 국립민속박물관의 <노인>전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해요. 왜 굳이 2016년의 전시를 가지고 지금 이야기하는 걸까요? 아주 개인적인 이유인데요. 그게 그렇게 보기 시작한 처음이었거든요. 그렇게... 라는 건요. 의아한 지점을 갖게 되었다는 거에요. 2016년은 제가 박물관에서 인턴을 시작 할 때 였고 저는 국립민속박물관의 <노인>전 을 관람했습니다. 이 전시는 ‘노인, 오랜 경험 깊은 지혜‘라는 주제에 걸맞게 4명의 노인이 조명되었습니다. 



기록은 모두 역사다. 농부 임대규

62년간 메(망치)질. 대장장이 박경원

100년을 이어온 손님을 위한 정성. 재단사 이경주

시계와 살아온 65년. 시계수리공 오태준


전시를 다보고나서 저는 의아해졌고 찜찜해졌습니다. 왜 였을까요? 전시에 나타난 노인들은 모두 할아버지였습니다. 분명 전시기획 의도에는 그렇게 한정 짓지 않았거든요? 특별하지 않아도, 오랜 경험과 깊은 지혜를 쌓은 노인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었어요. 할아버지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면 할머니들의 이야기도 나오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그런데 전시가 끝났더라고요. 이미 지난 과거를 이야기하는 것도 아니고 살아계신 분의 물건을 전시하기도 했는데.... 단 한분도 할머니가 없다니? 박물관의 전시니까 당연히 배우려던  자세를 갖고 있던 저에게 사건이었습니다. 그대로 받아드리기 힘들더라고요. 박물관의 전시도 곧 역사적인 기록일 텐데, 게다가 국립박물관인데.... 왜 할머니들의 오랜 경험과 깊은 지혜는 포함하지 않았을까?


박물관의 인턴 경험과 함께 했던 <노인>전 관람은 이후의 저에게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그저 받아드리기만 했던 전시에서 나를 이야기할 수 있는 경험과 소재를 찾으려고 노력하게 되었습니다. 가만히 보기만 힘들어서 말이 나오고 질문이 생겼습니다. 저의 질문을 들어주는 사람들이 생겨나기도 했고요. 그렇게 형태를 갖춰나간 것이 전시독후감입니다. 우리가 #박막례 할머니를 자꾸만 보게되는 이유가 꼭 하나는 아니지만....그가 가진 오랜 경험과 지혜가 그를 계속 보게 만드는 힘이 되고는 합니다. 유라PD 뿐만 아니라 박물관에서 그를 발견할 수 도 있지 않았을까요? 아니 꼭 그가 아니더라도 오랜 경험과 깊은 지혜를 보여줄 할머니는 없었을까요?


지난 전시독후감을 했던 분의 이야기를 하나 덧붙여볼게요. 같은 국립민속박물관의 상설전시실을 함께 보신 분이 적어주신 감상입니다. 등용문에 대해서 이야기해주셨는데 전시실의 바닥이 높아지는 걸 발견하기고 이렇게 해석해주셨어요. "아-니! 과거급제하면 사람이 바뀌는 거였어요?" 라고 제가 제목을 뽑았는데... 구리다면 그건 저의 센스지 참여자분의 센스는 아니랍니다....  무튼 공간과 유물의 해설을 토대로 이렇게 멋지게 소화해주셨어요,


출세한 남자에게 주워지는 다른 정체성에 대해서요. 가정보다 신하의 역할을 훨씬 크게 해석하고 있고 그런 상황에서 남편을 서포트하는 방식으로만 생각하고 있을 아내까지 생각하셨어요. 이런 점이 우리가 함께 봐야 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이야기를 말할 수 있는 사람을 찾고, 또 나는 찾지 못 했던 지점들까지 깊숙하게 볼 수 있다는 점에서요. 전시를 충분히 즐기기 위해서는 충분히 바라보고 따져물어 살피고 다른 사람들과의 이야기를 통해 확장시킬 수 있어요. 함께 전시를 보게 된다면 '나'를 어디쯤에 두고 있는지 발견하실 수 있을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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